1495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밀라노의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로부터 의뢰를 받아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있었던 일이다. 작품에 대한 영감이 떠오를 때면 미친 듯 하루 종일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그냥 그림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이렇게 사색에 잠긴 천재의 모습이 수도원장의 눈에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으로 비쳐졌고, 이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던 수도원장은 급기야 공작을 찾아가 미술가들도 정원사들처럼 부지런히 일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를 전해 들은 레오나르도는 "뛰어난 미술가는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가장 많은 일을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수도원장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천재가 남긴 이 말은 예술의 본질에 대한 것이다. 예술가는 구상하여 얻어진 완전한 예술적 관념을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손은 수단일 뿐이고, 작품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예술가의 머리에 담겨 있는 예술적 관념이다.
불행하게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겪은 이 에피소드는 반 천 년이 지난 지금 예술의 본질이 간과된 우리네 예술현장에서 번번이 반복되고 있다. 국'공립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기관들은 일반적으로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사업을 시행하도록 전문직 공무원과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전문직 공무원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행정적 절차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직들을 도와 상위 기관이 설정해 놓은 규정과 절차에 맞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조직을 함께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행정에 대한 좁디좁은 해석으로 사업의 본질에 대한 집중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제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절차를 위한 절차, 형식을 위한 형식은 과감히 '포기'되어야 한다. 유연성이 결여된 행정적 잣대들이 문화예술사업의 본질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었지만 레오나르도는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의 얼굴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사악해야 스승을 배반하고 감히 팔아넘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화가는 배반자 유다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밀라노의 뒷골목을 다니며 흉악범들의 얼굴을 관찰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는 배신자 유다를 물리적으로 다른 제자들로부터 떨어뜨리지 않고 같은 식탁에 자리하게 했다. 그 대신 심리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에 교활한 눈빛을 그려 넣었다. 우스갯소리였겠지만 끝까지 유다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수도원장의 얼굴을 그려 넣을 작정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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