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리와 울림] 폭스바겐의 경고

'디젤 배기가스 조작' 獨 경제 충격

기업 팽창·특정기술 고집 사태 원인

대기업 의존도 높아 국가 위기 직결

우리 경제 나아갈 방향 시사점 던져

모든 위기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지만 항상 미래의 방향을 암시한다. 우리에겐 지금 강 건너 불처럼 여겨지는 폭스바겐 스캔들이 독일과 유럽연합의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디젤 배기가스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에서 1천100만 대를 리콜하겠다고 밝힌 폭스바겐이 입을 손해는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이다. 사태가 불거진 후 폭스바겐의 주가는 약 33% 하락했고, 앞으로 밀려들 소송을 생각하면 그 손해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폭스바겐 사태는 단지 독일만의 문제일까? 독일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받을 때가 바로 우리나라의 현대'기아 자동차가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폭스바겐 사태가 우리와 관련 없는 다른 나라의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폭스바겐 스캔들은 우린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관해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준다.

위기는 항상 문제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것이 바로 위기다. 위기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영국이 겪은 경제위기는 환율체제의 불안정으로 야기되었고,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촉발된 미국의 경제위기는 글로벌 재정위기를 가져왔다. 과도한 대외의존도로 인해 발생한 1997년 IMF 금융위기는 한국의 허약한 체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위기는 단순한 스캔들로 끝나지 않고 파국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

폭스바겐 사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경고는 세 가지다. 첫째, 기업의 무분별한 팽창정책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이 되겠다는 욕망은 우리나라의 재벌만큼이나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폭스바겐의 내부적 상황과 맞물려 사태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조기에 인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독재적이면 아래의 목소리가 위로 전달될 가능성은 없다.

둘째, 특정한 기술만을 편집증적으로 고집하면 새로운 대안을 보지 못한다. 21세기에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자동차 기술이다. 이 시대적 요구에 독일은 자신들이 제일 잘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독일은 환경 친화적인 전기자동차보다는 디젤 엔진을 선택하였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디젤엔진으로 '환경'과 '효율'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그것은 오로지 배기가스 조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셋째, 국가의 대기업 의존도가 심하면 그 폐해는 곧바로 경제위기로 이어진다. 폭스바겐이 독일의 경제위기를 야기하는 것은 폭스바겐에 좋은 것은 바로 독일에 좋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제너럴 모터스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았던 적이 있었다. 노키아의 핀란드를 생각해보라. 어느 한 기업이 특정 국가를 대변하면 할수록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국가의 경제적 성쇠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21세기의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미래의 방향을 올바로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 피해를 줄이면서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미래의 과제라면 물론 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옳지만, 어떤 방향으로 결정할 것인가는 그렇게 쉽지 않다. 우리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 국가가 한 분야의 특정 기업에만 의존한다면 이로 인한 경제적 리스크는 그만큼 더 커진다. 폭스바겐 스캔들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까닭은 우리나라의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삼성 그룹을 대변하는 것처럼 대기업의 특정분야 의존도가 심할수록 미래의 도전에 쉽게 대응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폭스바겐의 경고이다.

※이진욱 포스텍 교수: 1956년 경기도 화성 생. 연세대 독문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 철학박사. 계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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