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투리는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표준어 중심의 어문정책, '촌스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사투리는 '교정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사투리도 말이다. 그래서 사라지는 말이 있으면 생겨나는 말도 있다.
백두현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가 서울 중심의 사회로 변하고 산업화도 진행되면서 농촌 지역에서 쓰이는 사투리 어휘를 시작으로 사투리 어휘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기구 관련 명사 사투리는 대구경북 내 젊은 층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달구통'(닭장, 닭 우리), '수군포'(삽) 등이 대표적인데, 대구경북에 살아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 놀이나 절기를 나타내는 말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현대 대구경북 20, 30대들 대부분은 '짱꼴라' 또는 '짱굴래'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제기'라고 하면 알아듣는다. 또 '풋구'(안동), '호미씻이'는 음력 7월 15일 '백중'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이를 아는 젊은 대구경북민은 찾기 어렵다.
사라지고 있는 사투리 중에도 살펴보면 뜻이나 의미가 명징해 오히려 사용해 봄 직한 단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덧정없다'라는 사투리인데, '두 번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다. 몸서리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덧정없다'는 '뭔가를 더한다'는 뜻의 접두사인 '덧'과 한자어 '정'이 붙으면서 '더 붙이고 싶은 정이 없을 정도이다'라는 감정의 정도를 선명하게 표시하는 말이다.
한편, 새롭게 생겨나는 사투리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낭창하다'라는 말이다. 1990년대부터 대구에서 처음 등장한 '낭창하다'라는 단어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뜻이 명확히 정립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용례를 통해 보면 "뭔가 속엣것을 감추며 내숭을 떠는 행동거지나 태도가 있다", 또는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늘어져 있다"로 대강의 뜻이 정리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낭창하다'는 말도 현재는 잘 안 쓰는 사투리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투리가 전국으로 퍼진 예도 있다. 바로 '선생님'을 줄여 발음하는 '샘'이다. '샘'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상도에서 처음 만들어진 줄인 말 사투리인데, 현재는 전국적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네이버에 연재됐던 웹툰 '스쿨홀릭'에서 선생님 캐릭터의 이름은 '신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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