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상도 말은 다 거∼서 거라꼬? 아입니더!

현대백화점 대구점 뒤 영남대로를 알리는 안내판 문구는 "십 리 사이에 말이 다르고 백 리 사이에 풍습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십 리면 약 4㎞ 정도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말이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경북지역의 사투리를 살펴보면 영남대로의 안내판 문구가 나름 근거가 있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같은 경상북도 행정구역인데도 몇 십㎞ 상간으로 말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경북지역의 말이 세부지역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도를 펼쳐놓고 살펴보기로 했다.

일단 구역을 나누는 작업부터 해 봤다. '경북방언의 지리언어학'의 저자 김덕호 교수(경북대 국어국문)에 따르면 경북지역 사투리는 적어도 네 곳의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대구, 경산, 청도, 영천을 묶는 동남 지역, 다음으로 울진, 영덕, 포항, 경주 등을 묶는 동해안 지역, 김천, 구미, 칠곡, 성주, 상주 등을 묶는 서남 지역, 안동, 봉화, 영주, 예천 등을 묶는 서북 지역이다.

이 중 가장 차이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지역을 꼽자면 대구를 중심으로 한 동남 지역과, 안동을 중심으로 한 서북 지역, 그리고 상주, 김천을 중심으로 한 서남 지역이다. 백두현 교수(경북대 국어국문)는 "경북 사투리의 지역별 특징은 의문문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말끝만 들으면 지역 구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예로 "어디 가십니까"를 세 동네 사투리로 바꿔보면 대구 사람이라면 "어데 가능교"라고 할 것이고 안동 사람이라면 "어데 가니껴"라고 물을 것이다. 대구와 안동 사이의 김천에서는 "어데 가여"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는 문장에서 단어 단위로 내려가면 더 세부적으로 갈라지는데, '옆구리'라는 단어를 보면 경북지역 안에서 '여불때기, 여불띠기, 옆꾸리, 옇꾸리, 역꾸리, 옆꾸레, 야불떼기, 야불띠기, 얗꾸리, 약꾸리' 등 10가지로 나누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의 지도는 최근까지 연구된 사투리 분포에 따라 각 지역이 해당 문장을 어떻게 쓰는지 표시한 지도다. 대구경북지역에 사는 독자라면 내가 쓰는 사투리와 다른 동네에서 쓰는 사투리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경북방언의 지리언어학' 김덕호(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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