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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 됐으요∼♬" 구수한 맛 경상도 사투리 운율·억양 살리니 노래네!

'낙동연가' 앨범을 만든 심재경 씨. 연합뉴스
'무까끼하이'를 발표한 '메타와 렉스'. 매일신문 DB

가요계는 지역 출신의 음악인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구수한 사투리의 말 맛'을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경상도 사투리의 어조와 운율에 따른 다양한 실험, 그리고 현대 경상도 사투리의 기록으로도 가치를 가지게 됐다.

지난해 5월 발매된 '낙동연가'라는 앨범은 경북 안동지역의 사투리를 제대로 들어볼 수 있는 유일하다시피한 앨범이다. 특히 타이틀 곡인 '참 좋으이더'와 컨트리풍의 경쾌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아지매쏭'의 경우 가사 모두 경북 북부지역의 사투리를 이용했다. 이 앨범을 만든 사람은 심재경 씨로 198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그룹 '에밀레' 멤버 출신이다. 그의 음반은 어린 시절 고향 안동과 낙동강변에서의 세밀한 기억을 담아 지역색이 뚜렷하다. 노래를 듣다 보면 꼭 안동 출신이 아니어도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사투리를 지역색을 나타내는 데만 쓰지 않고 언어적으로 재해석해 쓰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에 나온 강산에의 '와그라노'다. 노랫말이 대부분 '와그라노 니또 와그라노', '뭐라 캐싼노 뭐라 캐싼노 니', '우짤라꼬 니 우짤라꼬 그라노' 등 '노'로 끝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리듬도 라틴 음악 스타일인지라 처음 듣는 사람은 강산에가 스페인어로 음악을 만든 줄 알 정도다. 록 음악 중에서는 장미여관의 '봉숙이'도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어미가 끈적끈적한 선율과 어울려 여자를 술로 유혹하는 남자의 욕망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 대구 출신이면서 '대한민국 1세대 힙합 래퍼'로 알려진 '가리온'의 MC메타는 '메타와 렉스'라는 팀을 결성, 2011년 '무까끼하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 음악을 돈으로만, 장사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노래인데, 랩 가사가 모두 대구경북의 사투리로 만들어져 있다. '무까끼하이'라는 제목부터 '무식하게'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하지만 이 곡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는데 '제목이 일본어 같다'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경우 대구 출신의 멤버 슈가와 광주 출신의 멤버 제이홉이 각자 동네의 사투리로 랩을 만든 '팔도강산'과 '어디에서 왔는지'라는 노래로 지금의 10, 20대 젊은이들이 쓰는 대구 사투리를 가사로 보여준 바 있다.

※심재경 '참 좋으이더' 1절

안녕하시이껴? 밥 잡샀니껴?

우리 참 오랫 마이씨더, 참 좋으이더.

이게 얼마 마이껴? 잘 지냈니껴?

옛모습 고대로씨더, 참 좋으이더.

머 한다고 그리 바빴는지.

서로 얼굴도 못보고 지냈니더.

우리 인제는 자주 쫌 보시더.

이래 보이 얼마나 좋으이껴? 안글리껴?

안녕하시이껴? 밥 잡샀니껴?

우리 참 오랫 마이씨더, 참 좋으이더.

메타와 렉스 '무까끼하이' 일부분

고마 됐으요.

뭐가 문젠교? 고마 그냥 놔 두이소.

모하며 열지 말고 그마 꾹 닫아 두이소.

엄한 다리 잡지 말고 혼자 말아 무이소.

그래도 할라마 차라리 날 잡아 무이소.

내가 캤지요? 되도 안한기 뭣도 안하이.

말아무이마이 말이 마이 나오이.

고마 가 옆에 가가 뭐 가갈 기 있나.

디비 바바도 없단 거 알아 무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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