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 '한글 반포' 기념일이 어제(9일)였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요즘은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등에 뒤틀려 많이 사라지고 현실이다. 온라인에서는 국적을 모를 줄임말(예.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사람) 등)들이 판을 친다. 세종대왕이 혀를 찰 노릇이다.
이번 주는 한글날을 보내며 사투리 이야기를 주제로 잡았다. 우리말이라고 하면 표준어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투리도 엄연히 우리의 소중한 언어자원이다. 사투리(방언)가 얼마나 정겹고 효율적인 말인지를 알아보고, 지키고 가꾸어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임을 생각해본다. 경상도 사투리 중에서도 우리 지역인 경북 사투리 지도를 그려봤다. 더불어 대중문화 속에 비친 경상도 사투리 에피소드도 다뤘다. 사투리는 표준어의 다양한 표현을 보완해주는 그 지역의 표준어다. 한글주간을 맞아 사투리 세상 속으로 떠나보자.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
◇촌스럽다·창피하다고 생각, 일상에서 점차 사라질 위기
"할매 쫌∼."
단 세 음절, 이 얼마나 간결한 말인가. 손자가 할머니에게 하는 이 말 속에 '할머니 이제 저 혼자 알아서할테니,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라는 긴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다른 지역 사람들은 과연 알 수 있을까. 부산 사직구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마~~"라는 한 음절에는 '시간 끌지 말고, 빨리 해라' 또는 '피하지 말고 정면승부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이렇듯 짧은 말의 효용성을 단칼에 보여주는 사투리를 촌스럽다며 창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사투리 자체가 우리의 소중한 언어자원이라는 의식이 점차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사투리는 표준어(교양있는 서울의 중류층 사람들이 쓰는 말)가 해결해주는 못하는 말의 카타르시스(정화작용)까지 느끼게 해준다. 비단 경상도뿐이 아니라 전라'충청'강원'제주 사투리는 그 지역에서 통용되는 표준어라고 불러야 정당하다. 이를 테면 언어 생활의 지방자치라고나 할까.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했던 이상규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사투리의 보존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역설한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인 '동남방언'(영남권 방언)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대한민국 전체 생활 언어 중 표준어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제주도 방언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동남방언도 차츰 표준어에 밀려, 사라져가는 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지나치게 표준어 중심적인 어문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언어의 다양성이 지켜지는 언어정책이 필요하며, 각 지자체들의 방언 보존 노력도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성이 있기 때문에 언어 사용자들의 생태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고유한 생태환경이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구를 지키듯, 경상방언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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