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판들을 보이∼ 외국어가 천지삐까리네"

대구 동성로 오신 세종대왕…경상도 사투리로 읽는 글

조선왕조 최고의 왕으로 손꼽는 세종대왕이 600년 시간여행을 떠났다. 대구 동성로 한가운데. 세종대왕은 동성로를 거닐며 간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젊은이들이 오가며 내뱉는 말을 듣고는 혀를 찼다. 이 상황을 '세종대왕의 한탄'이라는 제목으로 사투리 원문과 표준어 번역본을 지면을 실어봤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투리 감수 대구 출신 상희구 시인

아~ 따! 몸도 (1)찌푸덩항 기이 밖에 나오니 좋네. (2)알라들 맹쿠로 기분이 붕~ 뜨네. 대구 시내 중심지라 그런지 (3)디밀고 내밀고 복잡하네. (4)입짝 여불띠이서 치바다 보마, 젊은 애들 옷들이 (5)빨개이, 노래이, 파래이 화려하구만. 요즘 처녀들 (6)살밑이 얼마나 고운지. 예쁜 애들이 (7)수두리뻑뻑하네. 대구에 미녀가 많다는 소문이 (8)칠락팔락 퍼져 있더라고. 전국 여러 지방 중에 대구에 온 기이 (9)희안녹쩐디기하네.

이래 대구를 찾으마 기분은 (10)대끼리인데, (11)째매 께름직한 기 있어. 주변 간판을 보이, 이거 당최 알아묵기가 디~네. (12)진 골목을 쎄빠지게 다녀봐도, 외국어가 (13)천지삐까리네. 이건 머라카는 기고? '스타벅스' '다비치' '파스쿠찌'…. 요가 우리나라 맞나. 코쟁이들 나라에 온 기분이네. 내가 만든 한글은 박물관에 가뿌렀네. 인자 아예 한글 간판은 (14)거떠보도 안 할 끼인데….

아~~ 그라고 젊은 아들 말은 아예 머라카는지조차 모르겠어. 머라 머라 (15)유시하듯 말하는데. 이게 우리말인지 껌둥이 말인지 헷갈려서 머리가 띵해. '뻑~ 간다' '쩔어' '헐' '대박' '깜놀' '담탱이' 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대박'은 대충 좋은 일이라는 거만 알겠더라고. 아이구~~, 머리야~~. 이랄 끼마, 한글을 맹글지 말 껄 그랬나.

아~ 따! 몸도 (1)찌푸덩한 것이 밖에 나오니 좋네. (2)아기들처럼 기분이 들뜨네. 대구 시내 중심지라 그런지 (3)들이밀고 내어밀고 할 정도로 복잡하네. (4)이쪽 옆으로 쳐다보면, 젊은 애들 옷들이 (5)빨강, 노랑, 파랑 화려하구만. 요즘 처녀들 (6)피부가 얼마나 고운지. 예쁜 애들이 (7)많이 넘쳐나네. 대구에 미녀가 많다는 소문이 (8)널리 퍼져있더라고. 전국 여러 지방 중에 대구에 온 것이 (9)안성맞춤이구먼.

이렇게 대구를 찾으니 기분은 (10)좋은데, (11)조금 꺼림칙한 부분이 있어. 주변 간판을 보니, 이건 뭐, 도대체 알아보기가 힘드네. (12)긴 골목을 발이 부르트도록 다녀봐도, 외국어가 (13)넘쳐나네. 이건 뭘 말하는 거지. '스타벅스' '다비치' '파스쿠찌'…. 여기가 우리나라 맞나. 서구에 온 기분이 드네. 내가 만든 한글은 박물관에 박제가 되었나. 이젠 아예 한글 간판은 (14)거들떠 보지도 않을 텐데….

아~~ 그리고 젊은 사람들의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아예 모르겠어. 뭐라고 (15)과시하듯 말하는데, 이게 한글인지 아프리카 말인지 헷갈려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뻑~간다'(완전 넘어간다), '쩔어'(대단하다), '헐'(당혹'당황), '대박'(좋은 소식), '깜놀'(깜짝 놀라다), '담탱이'(담임 선생님)라는 자주 들었는데, '대박' 정도만 '대충 좋은 일이구나'라고 알아듣겠더라고. 아이구~~, 머리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한글을 만들지 말 걸 그랬나.

※(1)∼(15) 번호표시는 원문의 대구방언을 표준어에 맞춰서 해석해놓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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