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눕기의 기술

눕기의 기술/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 현암사 펴냄

'하루 종일 빈둥빈둥 누워 꼼짝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가 있었다'고 시작하는 전래동화가 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다. 눕는 것은 게으른 짓이고 그래서 눕기만 하던 주인공이 벌을 받아 소가 됐다는 내용이다. 눕지 말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라는 교훈을 전한다.

이거, 문제가 좀 있다. 우리 아이들을 가혹한 삶으로 몰아넣을 수 있어서다. 아니 정말 몰아넣고 있다. 피곤하면 누워서 좀 자도 될 텐데, 아이들은 허리 꼿꼿이 펴고 앉아 공부하고, 버티다 못해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잔다. 선생님께 혼나기 전에 얼른 고개를 들어야 해서다. 눕는 것은 무례한 짓이라는 인식도 있어서일까. 성장기에 충분히 자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실 뒤쪽에 잠이 오면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있어도 좋을 듯 하지만, 누구도 설치해 줄 발상을 하지 않고, 아이들도 선생님 눈치 보느라 편히 눕기는커녕 허리 아프게 엎드려 잘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눕기 예찬'을 펼친다. 눕는 것은 게으른 짓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고 소중한 휴식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 삶 속 중요한 일들은 누운 자세에서 이뤄진다. 탄생(출산), 섹스, 죽음이다.

눕는 것은 적은 에너지로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창조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려준다. 미켈란젤로가 침대에 누워 천장 보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천상의 드라마를 표현한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의 천장벽화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과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도 침대를 집필실로 애용했다.

무엇보다도 눕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려는 본능이 아닐까. 한국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5.6시간, 미국수면재단이 청소년에게 권하는 수면시간은 7시간이다. 행복하려면? 일단 좀 눕자! 22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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