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 에릭 토폴 지음 / 김성훈 옮김 / 청년의사 펴냄
스마트폰을 이용해 피 한 방울만으로도 신속하게 임상검사 결과를 받아 볼 수 있고, 밤낮으로 자신의 활력징후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진단을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그것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다. 저자 에릭 토폴은 "의료의 민주화가 다가온다"면서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의료서비스를 통제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5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My Medical Choice'(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유방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후 양측성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발표했다. 그의 혈통에 따르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87%에 달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는데, 그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안젤리나 효과'를 만들어 냈다.
저자 에릭 토폴은 안젤리나 졸리가 사용했던 'My Choice'라는 말이 의료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봤다. 새로운 시대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중요한 정보, 이 경우에는 유전 정보에 대해 접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선택을 내릴 권한이 의사가 아닌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의료의 앞날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공통의 길이 놓여 있다"고 말한다. 이 길을 통하면 대부분의 신체검사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것이 디지털 인프라와 결합되면 오늘날 의사를 만나서 얻는 정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가상진료의 기반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모든 의학 정보(raw data)는 당신이 소유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528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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