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 다이스케 지음/ 이용빈·노경아 옮김/ 한경BP 펴냄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이 책을 쓴 저자는 중국과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제의 전문가로 꼽힌다. 도쿄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한 이후 고단샤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했고, 2009~2012년 중국 베이징 주재 고단샤문화유한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자는 "북중 밀월 관계는 완전히 끝났다"고 단언한다. 마오쩌둥에서 후진타오까지 4대에 걸친 중국의 역대 정권은 북한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대외 원조의 25%를 북한에 할애해왔다. 왜일까? 그것은 오로지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였다. 북한과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중심으로 1천300㎞에 달하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지린성과 랴오닝성에는 200만 명의 조선족이 살고 있다. 북한 정권의 위기나 한반도 전쟁 발발은 수십만 명의 난민을 유발해 중국에게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조선족이 독립운동이라도 벌이면, 티베트 및 신장위구르와 맞물려 중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된다. 게다가 북한을 활용함으로써 '적국' 미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로서 세계를 분할지배하려는 야욕을 불태우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상당한 협력관계인 셈이다. 이런 역학관계의 변화 속에 북한은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취임한 지 한 달 무렵에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했고, 중국의 분명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잇따라 하는 등 도발을 계속했다. 더욱이 그동안 중국과 북한의 '다리' 역할을 했던 장성택을 처형했다. 중국은 장성택 숙청을 북한에서 공표하기 전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시진핑이 김정은을 제거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중국 내부 사정도 작용한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경제성장의 둔화, 부패 척결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는 감시와 탄압에 대한 불만, 해양 권익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마찰, 미국과의 대립 등으로 시진핑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 돌파구로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 중국 지도자의 구심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마오쩌둥은 건국 1주년이 되는 1950년 10월 항미원조를 명분으로 25만 명이나 되는 군대를 한국전쟁에 파견했다. 덩샤오핑은 취임 이듬해인 1979년 2월 베트남 국경을 공격함으로써 중월전쟁을 일으켰다. 1984년에는 두 번째 베트남 전쟁을 벌였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모두 전쟁으로 구심력이 급격히 강해져 권력의 핵심인 중국인민해방군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의 전쟁 상대가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일본이나 필리핀, 베트남, 인도가 아니고 북한일까? 그것은 전쟁 대상국이 4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의 우방이 아니어야 한다. 둘째,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셋째, 중국이 100% 이겨야 한다. 넷째, 중국 국민이 싫어하는 국가나 지역이어야 한다.
중국 인민들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진싼팡(김씨네 셋째 뚱보)'이라고 비웃으며, 반미치광이 취급을 한다. 게다가 북한은 UN의 결의마저 멋대로 어기고 핵무장을 추진하고 있어 전 세계적 비난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미국의 우방이 아닐 뿐만 아니라, 중국인민해방군을 상대할 만한 군사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반면에 일본이나 필리핀을 상대로 전쟁을 한다는 것은 세계 최강 미군과 겨뤄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자칫 시진핑의 권력 기반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베트남과는 영토분쟁 중이지만 경제적 협력에 따른 이익이 크고, 아세안 전체를 중국의 적으로 돌릴 우려가 높다. 핵보유국 인도와의 전쟁도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진정한 황제가 되려는 시진핑의 숨겨진 야망이 구체화 될수록 북중 간 전쟁 위험은 커진다. 지금 북한은 이러한 사실을 눈치 채고,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 등 일본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일본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박근혜, 시진핑, 아베 신조, 김정은, 이 4명의 지도자가 이끌어가는 동북아시아는 새로운 위기(위험+기회)를 맞고 있다. 26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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