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심한 한수원과 울진군의 행태

한국수력원자력발전소 직원이 직원 사택이 건설된 마을의 이장 겸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아 울진군의 원전 기본지원 사업비 3억원으로 펜션을 지은 데 대해 한수원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한수원 측은 "공기업 직원으로서 도덕성과 윤리성이 있었다면 지원비를 신청하지 않아야 했는데 주민 동의 없이 신청하고 독단적으로 펜션을 지었다"고 했으나 결과는 솜방망이 징계였다. 여기에다 울진군은 한수원으로부터 펜션의 처분을 요청받았으나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한통속이 돼 얼마나 형편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문제가 된 펜션이 있는 마을은 한수원의 한울원전 사원 아파트가 있는 울진군 북면 나곡5리다. 원전 기본지원 사업비를 받을 수 있는 울진군 내 마을이지만 이곳 주민은 한수원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결국, 울진군이 원전을 유치한 대가로 받은 지원금을 한수원 직원에게 되돌려 준 꼴이다. 관계법상 지원은 가능하지만, 한수원 측 감사의 지적처럼, 최소한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다 한수원은 감사를 통해 직원의 독단적인 행동을 밝히고도 겨우 감봉 1개월의 징계만 했다. 이는 한수원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낮은 잣대를 가지고 있는가를 스스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는 울진군도 마찬가지다. 울진군은 한수원으로부터 원전 건설과 관련해 8개 대안사업비로 올해 900억원을 지원받았고, 내년 초까지 1천900억원 등 모두 2천800억원을 지원받는다. 의회와 이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울진군은 이미 받은 900억원조차도 제대로 사용 못 해 390억원이 남았다. '돈이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울진군의 무능 행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원전 기본지원 사업비는 원전의 위험 부담을 평생 안는 대가로 그 지역에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한수원 직원 사택 마을에 펜션을 짓는 등 엉뚱하게 쓰인다면 이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울진군은 원전 기본지원 사업비의 쓰임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한수원도 직원 관리에 더 엄격해야 한다. 현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퇴출과 직원의 비리 척결을 최우선 개혁 과제로 삼았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공기업이 내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다면, 국민의 신뢰는커녕 비리의 온상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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