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길고양이 먹이 준 '캣 맘' 이웃과 잇단 갈등

고양이 위해 집 짓던 50대 여성 위층서 떨어진 벽돌 맞아 숨져

들고양이 집을 짓던 이른바 캣맘이 벽돌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캣맘과 캣대디'와 이웃 주민 간 갈등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들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위층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여성의 들고양이 보호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주민의 고의적 소행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 동물 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길고양이에 먹이를 주고, 다친 고양이는 사비를 들여서까지 돌봐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마다 이 같은 주민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이들에게 '캣맘'(Cat Mom), '캣대디'(Cat Daddy)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이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줘 동네에 고양이가 번식하기라도 하면 배설물, 울음소리 등으로 엉망이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주택가에 사는 이모(27) 씨는 최근 동네에 출몰하는 고양이들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마다 마당, 주차장에 있는 고양이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 고양이들은 이 씨가 화단에 가꿔놓은 식물들까지 헤집어 놓고 있다. 이 씨는 "몇 달 전부터 이웃 주민이 골목 어귀에서 고양이 사료, 참치 캔을 먹이고 있다"며 "동네에 고양이들이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 각 구청의 담당 부서에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을 말려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법적으로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구청 관계자들은 "떠도는 고양이에 불쌍한 마음을 갖고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을 행정기관이 나서 말리긴 어렵다"며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이상 먹이를 주는 주민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캣맘, 캣대디의 활동이 오히려 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줄여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먹을거리가 해결되면 고양이들이 다툼을 멈추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캣맘, 캣대디가 주는 먹이로 동네에 고양이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케어 손선원 간사는 "고양이는 다른 개체가 사는 곳에는 부모, 새끼 간이라도 함께 있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영역 동물이다"며 "먹이를 주는 사람이 늘었다고 다른 영역 고양이가 몰려들 일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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