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이 낯선 곳을 다녀간 후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흔히 여행자들은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진을 찍는다. 낯선 거리의 풍경과 그곳에 서 있는 자신을 훗날 돌이켜 추억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어디를 여행했는지 기억하게 한다.
이처럼 '사진'과 함께 추억 저장 장치로 또 하나는 '기념품'이다. 여행자는 관광지에서 만나는, 그곳에서만 있는 독특한 기념품을 사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을 얻는다. 특히 기념품은 단순히 예쁘다거나, 꼭 필요하다는 의미를 넘어 그것을 보면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고,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을 꿈꿀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념품은 여행자에게 유명 관광지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여행지에서 어김없이 마주치는 것이 기념품 가게다. 여기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들이나, 각 나라와 주요 도시 이름이 적힌 기념품을 구입하는 것은 여행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기념품 구입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면 리플릿도 좋은 추억이 된다. 여행지 정보나, 기념품에 대한 소소한 사연들을 담은 엽서나 리플릿은 기념품에 담긴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 때문에 여행자들은 더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고른다. 때로는 여행이 먼저인지, 기념품 구입이 먼저인지 모를 정도로 여행지에서 기념품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관광도시,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특별한 기념품
세계 유명 관광지에는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등 기본적 요소에다 '특별한 기념품'이 있다. 여행자들이 관광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 가족'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관광기념품을 구입하는 게 여행의 필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광도시들마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다.
안동에서는 하회탈을 소재로 한 기념품들이 있다. 하회탈목걸이와 하회탈빵, 하회탈초콜릿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하회탈 기념품들은 조잡하거나 대부분 중국산이 기념품 판매장을 점령하고 있다.
안동에는 공예인들의 창작공간이 있다. 안동공예문화전시관이다. 안동공예문화전시관은 관광객들이 체험하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많은 공예인들이 대한민국공예대전을 비롯해 경상북도와 안동시 등 전국 관광기념품과 공예품 공모전에 출품해 당선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안동 공예인들의 당선 작품들이 실제 생산돼 관광지 기념품 가게에 진열되지는 않는다. 작가들은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작품을 대량 생산해 유통과 판매까지 감당하기에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역부족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인사동 문화지구 내에 외국산 제품을 판매금지하는 내용의 '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문화지구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통상마찰 우려로 인해 실패했지만, 우수 관광지 기념품의 고급화와 고부가가치를 위한 고민이었다.
최근 부산시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부산시 관광기념품 개발과 육성 지원 조례안'이 발의돼 부산시가 관광기념품 개발과 판로 개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동 관광두레 전미경 PD는 "관광기념품은 여행지 가게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별한 관광기념품은 관광지를 특별한 곳으로 추억하게 한다. 안동이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안동만의 기념품이 절실하다"고 했다.
◆안동시 현금 기념품 등 색다른 기념품 인기몰이
안동시에는 특별한 기념품이 있었다. 1천원짜리 현금 지폐다. 현금을 기념품으로 주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사연과 내용을 알면 '기존의 하회탈 기념품보다 훨씬 낫다' '안동의 색다른 아이디어 상품이다' '외국인들에게도 안동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안동시는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홍보를 위해 1천원권 화폐를 이용해 기념품을 시범 제작해 인기몰이를 했다. 1천원 지폐 앞면에는 안동 출신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의 초상화가, 뒷면에는 이황 선생의 생존 당시 건물인 서당을 중심으로 주변 산수를 담은 조선시대의 풍경화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가 새겨져 있다.
기념품은 크리스탈 케이스에 1천원권 지폐가 들어 있고, 겉에는 '천원권을 소지하면…퇴계처럼 겸손과 섬김의 리더로 존경받는 인물이 된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처럼 특색있는 기념품은 그 지역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고,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각인시킨다. 관광명소의 좋은 기억과 함께 기념품에 대한 특별한 기억들도 오래도록 이어지도록 한다.
페루에서 살 수 있는 '손가락 인형'. 비웃는 듯 오묘한 표정의 인형은 여럿이 모이면 더 매력적이다. 홍콩의 제니 베이커리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으레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사람당 5개씩만 팔며, 하루에 준비한 수량이 떨어지면 더 이상 팔지 않아 오후에 가면 살 수 없다.
아일랜드 여행자들이 꼭 한 번씩 들르는 더블린의 킬케니 기념품 숍들은 하회마을이나 설악산 기념품 숍에서 비슷한 기념품들을 구경할 수밖에 없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킬케니 숍 안에는 주얼리, 도자기, 옷, 각종 소품, 문구용품, 가정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일랜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관광두레공동체 느루달 박정열 대표는 "관광지마다 똑같은 기념품만 판매하는 안동 관광의 기념품 산업시장을 바꾸고 싶다. 안동의 문화자원을 고스란히 담은 특별한 기념품을 개발, 생산, 유통시킬 각오"라고 했다.
◆1인 기업체 청년대표들 관광기념품 시장 바꾼다
관광두레공동체 '느루달'은 중국산과 짝퉁에 빼앗긴 관광지 기념품 시장을 혁신한다는 각오다. 순우리말로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가진 '느루'와 젊은이들답게 달콤한 사업 운영과 아이디어로 승부하자는 의미를 담은 '달'을 합친 이름으로 관광기념품 산업에 뛰어든 1인 기업체 대표들로 구성됐다.
박정열(36) 대표는 1인 기업체 '오늘 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2012년 안동에 자리 잡았다.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 1인 기업으로 입주해 숱한 전통문화상품 디자인 작업을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에서 안동 대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관광기념품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동현(36) 씨는 웹 마케팅과 웹 퍼블리싱 활동으로 기념품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서울에서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다 지난 2013년 안동으로 귀향해 '하이파이브 컴퍼니'라는 1인 창조기업을 창업했다. 경북콘텐츠진흥원에 입주해 안동 구시장 문화관광형시장 ICT팀장으로 일하면서 구시장 활성화와 홍보를 맡아왔다. 지금은 봉화 춘양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선우(32) 씨는 지난 2012년 '바람공작소'라는 영상업체를 창업했다. 정 씨는 대학 시절 때부터 영상촬영과 편집, 특수촬영 등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대학 학과에서 추진해온 각종 용역사업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도청이전 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도청신도시 마을이야기 기록사업'과 영주댐 수몰지 영상작업 등 다큐멘터리로 자료를 남겨놓았다. 영화촬영지 D/B 등 지역 관광 로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복희(28) 씨는 전남 순천이 고향이다. 전남대에서 공예디자인을 전공하고 1년 전 안동으로 왔다. 예비신랑인 정 씨와 서울 스킨스쿠버 동호회에서 만나 안동 관광산업에 함께 뛰어들었다. 지금은 안동 벽화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마싯타 카페'를 운영하면서 공방 작업에 나서고 있다.
◆'느루달', 지역사회 고민 대안 마련하는 솔루션 공동체
각 분야 전문 1인 기업체 대표들이 관광 안동으로 발전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문제의식과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느루달'이라는 솔루션 관광두레공동체를 통해 열정을 쏟는다는 각오다.
이들이 가장 먼저 판을 뒤집고 싶은 분야는 '관광기념품 시장'이다. 우리나라 관광기념품 시장의 현실과 문제의식을 통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 낸다는 게 그들의 목표다.
김동현 씨는 "우선 우리가 터를 잡고 있는 안동의 관광기념품 시장을 바꾸고 싶다. 내년쯤 안동에서만 살 수 있는 특색있는 기념품을 개발하고 홍보해 안동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느루달'은 올해 내로 2가지 정도의 시제품을 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은 상품 개발단계에서부터 관광객 선호도 조사와 만족도, 비용과 생산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진다는 각오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각종 기념품 공모전 입장작품들이 실제 관광기념품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사례에서 보듯 시행착오를 없앤다는 각오다.
박정열 대표는 "전국 공모전들이 대부분 상품개발 가능성보다는 작품성으로 선정한다. 우리는 상품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상품성과 생산 가능성을 판단해 실제로 기념품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것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고가제품의 수공예에서부터 저가의 판촉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안동이 지닌 하회탈, 제비원, 정신문화, 유교문화 등 소재를 담은 기념품을 개발한다.
정선우'박복희 예비부부는 "벽화마을 입구 마싯타 카페와 한옥마을 내에 마련하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기념품 숍과 공방을 마련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내일러('내일로'를 이용하여 기차 여행을 하는 젊은 사람들) 등 젊은층들을 겨냥한 상품 개발은 물론 지역의 자작 작품도 입점시키고, 관광지 기념품 숍에는 우리가 개발한 상품만을 '오픈숍' 개념으로 진열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관광기념품 사업이 자리 잡는 3년쯤 후에는 에듀투어 상품으로 '현판 로드 투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안동에 흩어져 있는 주요 역사인물의 현판에 담긴 이야기, 교훈을 스토리텔링화한 관광상품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교육 관광콘텐츠로 만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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