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으로 떨어뜨린 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1%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열렸지만 저소득 서민층은 이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서민들은 낮은 신용도 탓에 은행권보다 10~20배 이상 이자가 비싼 비은행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소득층, 비은행권 대출 1조원 늘어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실의 '차주(借主: 돈을 빌려쓴 사람) 특성별 가계대출 잔액'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3천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경우 '이자폭탄'으로 불릴 만큼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은 23조7천억원에서 24조7천억원으로 1조원이나 늘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수익은 급증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2014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거둔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은 2조394억원에 이른다.
이들 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연 30% 이상 고금리 대출잔액은 1조7천57억원(전체 대출잔액 5조7천65억원의 29.8%), 연 25~30%는 2조4천890억원(전체의 43.6%)으로 나타났다.
호황을 누리기는 대부업체도 마찬가지다. 상위 20위 대부업체 순이익은 지난해 5천95억원으로 2009년 3천175억원의 1.6배로 늘어났다. 비은행권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성장은 신용도가 떨어져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서민층이 어쩔 수 없이 이자 부담을 더 떠안았다는 뜻이다.
◆신용 낮은 사람에겐 중금리도 '그림의 떡'
바꿔 말하면 제1금융권인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지 않았다는 말이다. 올해 7월 기준 지방은행을 포함한 12개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실적은 1만5천888계좌(914억7천만원)로 전체 은행권 신용대출(115조원)의 0.3% 수준이다. 그나마 출시된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상품(평균금리 6.1∼13.3%) 17개 중 8개는 신용등급 7등급 이상(1~7등급)에만 판매할 수 있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판매 중인 56개 중금리 상품의 대출 잔액은 3천921억원으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121조1천억원의 3.2%에 불과하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자 가운데 신용 6∼9등급이 82.6%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금융기관별 신용평가 제도 갖춰야
금리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금융기관별 신용평가 제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1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실의 '상위 10개 저축은행 신용등급별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7월 말 기준으로 28.6%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은행들은 저신용 고객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부족해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로 위험을 떠안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 부실 위험 탓에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만 압박해서는 금리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해 담보에 의존하지 않고도 낮은 금리로 대출해줄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당국이 계좌이동제 같은 사례처럼 완전 경쟁을 이끌어 예대마진,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생존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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