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이 위탁 보관'보존하고 있는 '유교책판'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4일부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고 있는 제12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IAC)는 한국시각으로 10일 새벽 2시 한국국학진흥원이 신청한 유교책판을 한국방송공사의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유교책판은 국내에서 12번째, 이산가족 기록물은 13번째로 각각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유교책판은 영남지역 305개 문중에서 기탁한 718종, 6만4천226장의 목판으로,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인쇄'발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문집류(실기'일고'유고 등 포함)가 583종(81.2%)으로 가장 많고, 성리서 52종, 족보류 32종, 예학서 19종, 역사'전기류 18종, 몽훈'수신서 7종, 지리 3종, 기타 4종 등 유학자들에 의해 생산된 기록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판들은 그동안 문중이나 서원 등 민간에서 보관해 왔으나, 1970년대 이후 급격한 농촌사회의 해체로 보관이 어려워지면서 2002년부터 한국국학진흥원과 경상북도가 '목판 10만 장 수집운동'을 전개하면서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해오고 있는 유산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유교책판이 가진 학술적 가치에 주목해 2009년부터 목판연구소를 설립, 가치를 규명해 왔다. 2013년에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내 후보로 선정됐으며, 지난 1월과 4월 열린 등재소위원회에서 등재 권고를 받았었다.
유교책판은 공론(公論)을 통해 제작이 결정된 '공동체 출판'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에 완성된 책판은 개인이나 문중의 소유가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동 소유라는 개념을 가지게 됐고, 보존'관리에도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의미는 내용의 진정성. 718종 유교책판의 내용에는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연구했던 선현들의 기록이 담겨 있는 것. 후학들은 평생을 통해 그러한 삶을 추구했던 선현들을 현창하고, 그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그와 같은 인간상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교책판을 제작했다고 국학진흥원은 설명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임노직 목판연구소장은 "조선후기가 세계에서 유교적 이념이 가장 깊이 있게 적용됐던 시대로 불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유교책판이 있기 때문이다. 유교책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더욱 높은 정신적 가치를 유지했던 조선을 세계가 새롭게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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