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구사격장에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남자 사격 스키트를 지켜본 대구시사격연맹 이세희 부회장은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중'고교 시절 무척이나 속을 석인 아들이 이날 스키트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선수로 동메달을 따면서 흘린 감격의 눈물이다. 이번 대회 사격 스키트에는 군인 대회 특성상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의 메달리스트 등 세계랭킹 10위 안의 선수들이 상당수 출전했다. 따라서 메달의 값어치가 다른 종목에 비해 남달랐다.
이 부회장의 큰아들인 이왕정 일병은 이날 스키트 단체전에서 이규호 상병, 이민웅 일병과 조를 이뤄 합계 351점을 기록, 핀란드와 카타르(이상 합계 352점)에 1점 차이로 뒤져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왕정은 팀 내 최고인 120점(만점 125점)을 쏴 본선 전체 2위로 결선에 올라 개인전 메달까지 노렸으나 경험 부족으로 6위에 머물렀다.
경산에서 중'고교를 다닌 이왕정은 공부와 운동을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다 이유 없는 방황을 거듭하며 오토바이 폭주족의 행렬에 끼는 등 문제아로 낙인찍혔고, 급기야 자퇴까지 했다. 이를 지켜본 이 부회장은 자신이 취미활동으로 즐기던 사격 스키트를 왕정에게 권유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19세가 된 왕정을 사격부가 있는 경남관광고에 다시 입학시켰고, 전문 선수의 길을 걷도록 지원했다. 이 부회장은 왕정이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둘째 아들인 왕현(현재 경남대)을 그의 동료 선수로 만들었다. 매사에 모범적이었던 왕현은 앞선 사격 실력으로 한동안 형을 이끌었다.
마침내 왕정은 고교 졸업반 때 동생보다 나은 실력을 발휘했고, 사격 입문 4년째인 올해 전문선수로 상무에 입대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왕정은 새벽에 일어나 혼자 개인연습까지 해 주위를 놀라게 했고, 메달 획득으로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게 됐다. 그는 이미 실업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상태다.
이왕정은 "사격을 시키고 믿어주고 응원한 부모님에게 감사드린다"며 "나에게 이번 대회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더 열심히 해서 기록 경신으로 주위의 기대에 꼭 보답하겠다"고 했다. 대구시사격연맹 박재식 전무이사는 "왕정은 문제아에서 앞으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만 한 사격 기대주로 성장했다"며 "이 부회장이 마음고생을 크게 했는데, 이번에 큰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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