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적극 되살려야 할 소중한 유산, 우리말 땅 이름

대구의 각종 한자 지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록 흔적이나마 우리말 이름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행정구역 개편 등으로 우리말 지명을 한자식으로 바꾸면서 생긴 결과다. 하지만 엉뚱한 한자 지명을 붙이면서 우리말 이름이 아예 사라진 사례도 수두룩하다. 최근 지자체 등이 우리말 지명 되살리기에 적극 나섰다는 언론 보도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실제 대구의 각 행정동'법정동 명칭은 과거 현지 주민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온 사례가 많다. 경북대가 들어선 북구 복현(伏賢)은 과거 '선비골'로 불렸고 배나무가 많았던 달서구 이곡(梨谷)은 '배실', 큰 마을이라는 뜻인 대곡(大谷)은 '한실'이었다. 수성못 입구에서 가창까지는 길이 곧아 '니리미' '파잠'으로도 불렸지만 현재 파동이 됐고 서구 날뫼는 비산동으로 굳어졌다. 홍수로 농사짓기가 어려워 가난하게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가르뱅이나 안지랑'큰고개처럼 살아남은 우리말 지명은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한자 그늘에 숨은 우리말 이름을 찾아낼 수 있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공식 명칭에서 우리말 지명이 외면받고 점점 잊히는 현실이다. 단적으로 대구도시철도 3개 노선 85개 역 가운데 우리말 역 이름은 고작 6개뿐이다. 1호선의 큰고개와 안지랑, 2호선 대실(죽곡) 반고개 담티, 3호선의 건들바위다. 부르기 쉽고 정감 가는 우리말 지명을 되살리는 데 그만큼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이미 각종 공문서에 쓰이는 행정동'법정동의 틀을 깨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관광 코스, 재개발'재건축 지구 등에 고유 지명을 붙인다면 우리말 이름을 되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꺼번에 모두 바꾸기는 어렵지만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잊힌 우리말 이름을 되살리려면 무엇보다 지명의 유래나 변천사 등을 적극 홍보해 시민들이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당장은 어색하겠으나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우리말 이름을 시민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말 땅 이름은 후대에 남겨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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