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탄력받는 조희팔 재수사…수조원 피해규모·검은 커넥션 드러날까

지금껏 검거된 인물 중 최대어, 피해자 규모·피해액 파악 가능

조희팔의 2인자 강태용(54)이 중국에서 공안에 붙잡힘에 따라 다단계 사기범죄의 총체적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씨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강 씨가 다단계 자금 관리는 물론 정관계 로비에 깊숙하게 관여해온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팀을 보강, 강 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사기 사건 전모 드러날까

강 씨가 검거됨에 따라 조 씨 사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강 씨는 조 씨의 다단계 회사의 행정부사장으로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했다. 검찰은 2012년 검거된 조 씨의 측근인 강호용(47), 최천식(58) 씨를 비롯해 지난해 재수사 과정에서 고철무역업자와 전 검찰 수사관, 조희팔전국피해자채권단 관계자 등 15명가량을 구속했다. 하지만 조 씨의 2인자였던 강 씨에 비하면 이들은 이른바 '깃털'에 불과하다.

검찰은 사실상 몸통 역할을 한 강 씨를 수사하면 사기 사건의 실체와 정확한 피해액 및 피해자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강 씨를 상대로 ▷금융 다단계 및 유사수신 사기의 실체 ▷수천억원에 이르는 회사 자금 횡령 혐의 ▷뇌물 공여 등에 대해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 금액이 2조~4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중복되는 부분이 적잖다"며 "강 씨를 수사하면 전체 피해 금액과 피해자 수 등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정관계 비호 세력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자금을 총괄한 강 씨는 각종 인맥을 동원, 조 씨를 대신해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범죄 무마를 위해 고교 동문인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에게 2억4천만원을 뇌물로 건넸다. 조 씨 측에게 15억8천여만원을 받아 구속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전 서기관도 고교 동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강 씨와 김 전 검사, 검찰 수사관 등 3명이 고교 동기 동창으로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는 얘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밖에 전 대구경찰청 총경급 인사도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검찰과 경찰에 조 씨 비호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대검의 수사인력을 지원받아 수사팀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그만큼 강 씨에 대한 수사 의지가 강하다. 검찰 관계자는 "강 씨의 진술에 따라 사건의 규모와 로비 형태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조 수사의 개가

강 씨를 체포하는 데는 검찰과 중국 공안의 협력 공조 수사가 빛을 발했다.

검찰이 중국 공안에 강 씨 체포를 요청한 것은 이달 7일로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 마지막 날이었다. 지난 2008년 중국 도피 직후 인터폴에 적색 수배가 내려졌지만 강 씨의 신병 확보는 쉽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재수사를 통해 강 씨가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시의 한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대검 국제협력관을 통해 주중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있던 위성국 검사에게 신병 확보를 요청했다. 위 검사는 중국 공안에 연락했고, 중국 공안은 우시시 공안에 강 씨의 소재를 알렸다. 특히 위 검사는 중국 공안 측에 조 씨의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강 씨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설명하면서 최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위 검사, 중국 공안, 우시시 공안이 핫라인을 구축해 정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검거 요청을 받은 중국 공안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 공안 10명으로 특별검거팀을 구성해 우시시의 강 씨 아파트 주변을 감쌌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 공안들이 새벽, 주말, 연휴까지 반납하며 강 씨 검거에 열의를 보였다"고 했다. 이 같은 공안의 노력 덕분에 검찰이 강 씨 검거를 요청한 지 4일 만인 10일 검거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안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강 씨를 결코 검거할 수 없었다"며 "최근 한중 관계가 가까워진 것이 신속한 검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