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도시계획 도시를 꼽으라면 미국 시카고를 들 수 있다. 시카고는 1871년 10월 8일 발생한 대화재 이후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현대식 건물 건축을 시도하는 등 철저하게 도시계획을 수립, 미국 최대의 마천루를 가진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의 초고층빌딩들이 서로 경쟁하듯 자태를 뽐내며 숲을 이루고 있지만 비슷한 건축물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계획적으로 조성됐다. 미국 중부 북쪽 미시간호의 남서쪽에 자리한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가 세계 최고의 계획도시로 거듭난 비결은 뭘까.
◆화재 후 변신 시도
1871년 발생한 대화재로 건물 1만8천 동이 불에 타 300명이 숨지고 9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워터 타워(Water Tower)를 빼곤 도시의 모든 건축물이 불에 타 없어졌다고 할 정도로 화재는 시카고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다. 그러나 시카고는 이후 행정구역 내 목조건물 건축을 금지하고, 1950년 중반부터 시작된 건설 붐을 타고 고밀도의 상업지구를 형성, 현재 고층 건물의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시카고는 도시계획에 따른 성공적인 도시 재건 후 하늘 높이 뻗은 고층 건물과 잘 발달된 교통망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물류 중심지로 성장을 거듭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모토로라, 유나이티드 항공, 맥도날드, 시어스 등 34개 본사가 시카고에 둥지를 틀었다. 또 편리한 교통과 아름다운 도시 미관, 잘 갖춰진 시설 등을 십분 활용, 각종 회의와 전시회가 끊이지 않는 전시컨벤션 도시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도시계획, 어떻게 했나
지금의 시카고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바로 '시카고 플랜'이다. 1909년 미국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다니엘 번햄이 중심이 돼 만든 도시계획 '시카고 플랜'은 지금도 도시계획 및 공공건축물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카고 플랜
아름다움과 편리함, 경제성을 잘 조화시켜 시민 전체의 복리와 효율성을 높이자는 게 시카고 플랜의 핵심이다. 교통체계 정비 및 확장, 공원 및 수변지역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시카고시는 계획에 앞서 시카고 및 주변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가 도시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교통, 산업, 상업 네트워크의 통합적 효율성을 높였고, 문화적, 물리적으로 매력 있는 도시를 창출했다.
▷교통
도시 간 고속도로 건설, 기존 도로의 확장 및 직선화, 철도망 재편 등이 시카고 플랜 중 교통 분야의 주요 내용이다. 일반도로(ordinary street), 주택 및 상점과 연결되는 도로대로(avenue), 교통량이 많은 대로광로(boulevard), 차도와 인도 사이에 좁은 공원이 있는 광로 등으로 도로 단계를 나눴다. 도로의 폭과 포장재의 종류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시카고의 가로망 체계는 이후 미국의 모든 주요 도시에 적용됐다.
▷공원 및 수변
시카고는 미시간호를 따라 수㎞에 걸쳐 조성된 공원이 일품이다. 시카고시는 미시간호를 적극 활용하고, 모든 호수변(beach)을 공적 자원화했다. 미시간호를 따라 호반도로를 건설하고, 일부 호수변을 메워 호수변을 직선화했으며 해수욕장과 위락지구도 조성했다. 또 호수변에 심을 나무의 형태와 색깔, 단풍 종류, 꽃의 개화시기까지 고려했는데, 심지어 공원에 식재된 나무들이 일직선으로 정렬돼 있을 정도로 계획적이다. 시카고의 유명한 공원인 메모리얼 파크의 경우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공원을 조성했는데, 이를 기념해 보잉스퀘어, 체이스스퀘어 등 후원 기업의 이름을 딴 광장을 만들기도 했다.
◆시카고 도심 중장기 계획(CAAP)
시카고는 도시의 급격한 성장과 인구 집중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고, 중심 지역의 고용 증대와 투자 유도를 위해 2009년 시카고 도심 중장기 계획(Chicago Central Area Plan)을 수립했다. 여기엔 도심 경제 활성화, 대중 교통체계 향상, 공원 녹지공간 확장, 수변 공간 형성, 새로운 복합 용도 시설 확충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역 철도망 및 미드웨이, 오헤어 공항 등 교통망 구축을 앞세워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구축을 통해 미 북부 지역 경제에서 시카고 대도시권의 위상을 강화했다. 특히 시'주'정부별 민간자본 투자 계획을 세우는 한편 CAAP와 상위 계획 및 관련 계획과의 정합성 유지에 많은 신경을 썼다.
시카고는 도심의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지역 대중교통의 용량을 확대하고, 보행환경도 개선했다. 도심 교통체계 관리, 대안적 교통수단의 활성화 등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또 공원, 보도, 수변공간 등을 시민, 직장인, 학생, 관광객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개선하기 위해 최신 친환경 및 녹색 건축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시카고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호수변을 시카고의 상징적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심공원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 도심공원의 키워드는 안전과 친환경이다. 벤치 하나에도 디자인과 건강을 함께 고려했고, 공원이나 호수변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탄 경찰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치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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