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천안문 성루의 외교 현장을 되새겨보며

朴 대통령, 中 항일전쟁 승전 행사 참여

한-러 정상회담 미추진 아쉬움으로 남아

北 철도 현대화사업 '신의 한 수' 됐을 것

어정쩡한 반기문의 임석 순서도 옥에 티

최근의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지상을 통해 충분히 분석 평가가 이뤄졌다고 생각되지만 조금은 다른 각도로 한번 볼까 한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지난 5월 개최되었던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는 강력한 참석 초청에도 불구하고 직접 참석하지 않았던데 반해, 9월에 있었던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는 내외 여론의 긍정적 부정적 시각들이 난무함에도 몸소 참석하여 자리를 화사하게 빛내줬다. 그 하이라이트였던 천안문 성루 참관에서는 박 대통령께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른편에 자리 잡음으로써 세계 언론의 각광 속에 누구보다 돋보였음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 열병식 녹화를 여러 차례나 돌려보며, 성루에 임석한 정상들의 순서나, 두드러졌던 푸틴 대통령과 박 대통령 간의 지근거리를 머리에 담으면서 지레 생각이 많아진다. 또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반기문 UN사무총장 내외의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몽골 대통령 사이에서의 어정쩡한 순서라든가,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일대(一帶)가 뻗은 방향에 걸려 있는 국가 정상들이 줄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이나, 마음에 차지 않을지언정 어여삐 여겨 첫 줄에 끼워준 북한 대표 최룡해의 존재 등에도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먼저, 박 대통령께서는 푸틴 대통령과 인접하여 밝은 표정을 보였지만, 푸틴 대통령과 천안문에서 함께하며 러시아 열병식에는 불참했던 게 부지불식 떠올라 그리 마음 편하지만은 않았을 성싶다. 푸틴 대통령도 천안문 성루에서 중국 열병식을 박 대통령과 함께 내려다보곤 있지만 지난 서운함이 자꾸 묻어나 편치 않은 마음은 똑같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상상을 하며 또 아쉬운 바가 떠오른다. 양쪽 외교 전략가들이 이런 구도를 예견하고는 이번에 북경에서 한-러 정상회담을 추진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 마련된 정상회담에서 화려하게 발족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회원국인 러시아(지분율 3위) 및 한국(지분율 5위)의 두 정상께서, AIIB의 선도사업으로 북한 철도의 현대화사업(궁극적으로 TKR+TSR+TKR을 연결하는 사업)을 북한 참여 하에 공동 발의하는 가능성을 검토했었다면, 동북아를 아우르는 '신의 한 수'의 외교가 되지 않았을까. 러시아로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 역할이 커지는 걸 견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겠고, 한국으로서도 중국 지향을 우려하는 서방의 시각을 상당히 불식시킬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한다.

또,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임석 순서도 좀 의아하게 와 닿는다. 유엔 사무총장은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의 행정부 수반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 중국 열병식에서는 난데없이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다음으로, 몽골 대통령보다는 먼저의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한국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다음다음에 자리하니 그보다 먼저이거나, 바로 다음이 되기에는 그림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러시아 대통령보다도 먼저가 되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을까? 차라리 중국 쪽에서 시진핑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 사이이거나, 시진핑 주석 바로 뒤편에 배치하였더라면 UN 사무총장이란 특별한 지위가 더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박 대통령께서 중국 방문의 귀로에서 앞으로 중국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해 대서특필 되었다. 북한의 최룡해 비서가 한쪽에서나마 앞줄에 착석하였음과 중국이 보여주는 한반도에 대한 초지일관적 태도 등을 염두에 두면, 우리의 혈맹 미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지속할 것임을 언급하며 중국과도 협의해 나갈 것을 덧붙였다면 더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이러나저러나 중국은 이번 열병식 하나로 그간 주도해 왔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발족이란 전대미문의 흥행 대박에 연이어, 다시 중국몽(中國夢)을 만천하에 발현하는 외교적 쾌거를 거둠으로써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더 당당해졌지 않았을까 싶다.

※전대완: 1954년 대구생. 경북고'서울대. 뉴욕부총영사. 태국 공사.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우즈베키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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