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이 '응답하라'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라이벌 방송사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을 배경으로 '응답하라 1988'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주택에 모여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첫 방송은 11월 6일 금요일 오후 7시 50분. 오후 8시 30분에 편성된 금토드라마의 시간대를 '응답하라 1988'의 시작에 맞춰 40분이나 앞당겼다. 고정적으로 20% 중반에서 30%대를 훌쩍 뛰어넘는 KBS 주말극과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흔히 방송계에서 '피해가는 게 진리'라고 하는 KBS 주말극 시간대에 '응답하라 1988'을 전면배치한 건 그만큼 이번 시즌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 오히려 KBS 측이 시청자들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8시 30분부터 방송을 시작하는 JTBC 금토드라마, 45분부터 문을 여는 MBC 주말극도 이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88'의 출사표에 방송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중문화계 파장 일으키며 화제성 과시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즌1에서 1994년을, 시즌2에서 1997년을 배경으로 삼아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의 성장기와 로맨스를 보여주며 대중문화와 사회적 분위기까지 되짚어 '복고 열풍'을 몰고 왔다. 특히 시즌2 격인 '응답하라 1997'은 10%대의 시청률로 동 시간대 지상파 경쟁 프로그램들을 압박했다.
수치상으로 비지상파 드라마로선 이례적인 성과다. 그보다 뛰어난 화제성으로 '체감시청률'을 높였다는 사실이 더 고무적이다. 고아라와 정우, 손호준 등 출연자 전원을 스타로 만들고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90년대 히트송들을 다시 차트에 진입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단순히 방송시기에만 화제가 된 게 아니라 종영 후에도 90년대 관련 콘텐츠의 생산을 유도하며 대중문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작품이다.
처음으로 드라마를 만든 예능 PD 신원호의 연출, 인기 예능작가 이우정의 대본 역시 참신했다. 기존의 드라마 제작기법에 익숙해진 베테랑들이 아니기에 오히려 '새로운 형식'을 내세우며 시청자들에게 참신한 재미를 줄 수 있었다. 캐릭터에 강한 개성을 부여해 하나하나 살려내며 시트콤의 특징을 가미하는가 하면 내러티브의 완성도에도 신경을 기울여 매회 발랄하고 몰입도 높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시즌1 때부터 시도한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 게임 역시 시청자 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드라마의 시작과 동시에 '이들 중 훗날 여주인공의 남편이 될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서서히 감질나게 후보군을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시청자 참여를 유도했다. 기존 드라마 제작진이라면 '드라마의 정통성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만한 아이디어. '응답하라'의 제작진이 본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베테랑 예능인들이었기에 반영할 수 있었던 기획이다.
사실 시즌1 방영 당시 이 드라마의 성공을 예상했던 이들은 없었다. 서인국과 정은지 등 '연기 초보'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했고 뜬금없이 90년대 음악을 틀어대며 지난 시대를 보여준다고 하니, 게다가 예능PD와 작가가 만든다는 말에 '예능의 확장판' 정도에 그치거나 미숙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압도적이었다. 대중에 공개되기도 전에 온갖 선입견과 싸워야 했던 이 작품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방송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시즌2 종영과 동시에 다음 시리즈 제작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했을 정도로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라 시즌3에 대한 전망 역시 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즌2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둔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시즌2의 후광효과로 크게 공들이지 않고도 초반부 시청자 유입은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일단 끌어들이고 나서는 작품 자체의 힘으로 지탱해야 하니 뚜껑을 열어봐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관계자들 바짝 긴장
어쨌든 '동시간대 장악'이란 의미가 담긴 '응답하라 1988'의 출사표는 경쟁사를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같은 시간대에서 '응답하라 1988'과 경쟁하게 된 KBS 드라마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현재 방영 중인 KBS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가 이미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 높은 수치인 건 사실이지만 워낙 시청률이 잘 나오는 시간대라 이 정도면 평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동시간대 전작 '파랑새의 집'이 내내 20%대에 머무른데다 '부탁해요 엄마'도 출발 당시 10%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터라 '응답하라 1988'과의 맞대결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응답하라 1988'의 방송시작 시각이 '부탁해요 엄마'보다 5분 빨라 출발점에서 밀릴 확률도 크다.
'응답하라 1988'과 시간대가 일부 겹치는 타 방송사 드라마 제작진도 어쩔 수 없이 이번 경쟁에 바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C 주말극 '엄마' 역시 '응답하라 1988'과 20여 분가량 시간대가 겹쳐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응답하라 1988'이 시간대를 바꾸지 않고 원래대로 금토 오후 8시 30분에 방송을 시작했다면, 동시간대에서 경쟁하는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에 고스란히 그 여파가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응답하라 1988'이 앞 시간대로 이동해 한숨을 돌렸지만, 그래도 30여 분가량 방송시간이 겹쳐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순 없다.
◆90년대 벗어나 80년대 초점
'응답하라' 시즌3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90년대를 벗어나 80년대 후반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1988년은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고등학교에는 '교련' 과목이 있어 총검술을 배우고 올림픽 유치 열기로 뜨거웠던 시기다.
강변가요제에서 이상은이 '담다디'를 불러 대상을 차지하고, 이상우가 '슬픈 그림 같은 사랑'으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하기도 했다. 같은 해 대학가요제는 신해철을 배출했다. 당시 밴드 무한궤도의 이름으로 참가해 '그대에게'를 부르며 대상을 차지했던 인물이다.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조용필이 매번 쇼 프로그램의 엔딩을 장식하고 김광석이 동물원의 멤버로 '거리에서'를 불렀던 해,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 번'이 히트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히트곡 넘버를 살펴보면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음악 리스트를 미리 예상해볼 수 있다.
그 해에 현대는 2세대 쏘나타를 내놓고 인기몰이를 했고 극장가에서는 '우뢰매' 시리즈 등 심형래의 어린이 영화가 호응을 얻었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첫 편이 개봉돼 폭발적인 관객 동원력을 자랑하는 등 사회적으로나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풀어볼 만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시기다.
캐스팅은 언제나 그랬듯 '톱스타'를 배제하고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로 구성했다. 걸 그룹 걸스데이의 혜리, 연기자 고경표와 박보검 등이 주요 캐릭터를 연기하고 라미란과 김성균 등 연기파들이 뒤를 받친다. 그리고 시즌1부터 줄곧 이 시리즈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성동일과 이일화가 이번에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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