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통문화 세계화의 전기될 '유교책판' 세계기록유산 등재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존'관리하는 '유교책판'(儒敎冊版)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의 유교책판'이라고 불리는 이 기록유산은 영남지역 305개 문중과 서원에서 기탁한 6만4천226장으로 된 목판으로,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718종의 서적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책판이다.

유교책판이 국내에서 12번째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국국학진흥원과 경상북도가 '목판 10만 장 수집운동'을 전개하는 등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기 위해 기울인 각별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유교책판이 가진 학술적 의미에 주목한 한국국학진흥원이 오래전부터 목판연구소를 설립해 그 가치를 규명해 온 것도 주효했다.

이 같은 정성이 결집되지 않았더라면 각 문중과 서원 및 민가 등에 흩어져 잠자고 있던 유교 기록물이 세계적인 문화자산으로 거듭나지 못했을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농촌사회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종가와 종택은 빈집으로 전락해 문화재 절도범의 표적이 되기가 일쑤였다. 심지어는 그 가치를 모르는 문중 후손이나 마을 주민이 빨래판이나 땔감으로 쓰는 일도 허다했다.

유교책판에는 부단한 학문 연마와 인격 수련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인간다운 삶과 조화로운 공동체 건설을 추구했던 선현들의 정신적인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구나 유교책판은 공론(公論)을 통해 제작이 결정된 '공동체 출판'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완성된 책판이 개인이나 문중의 소유가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이라는 개념으로 보존'관리에도 함께 참여함으로써 선현의 사상과 철학을 계승한 것이다.

유교책판은 문학을 비롯한 정치'경제'철학'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륜 공동체 실현이라는 유교적인 대주제의 맥락을 형성한 집단지성의 결정체이다. 이번 유교책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쾌거가 조상이 남긴 고품격 문화유산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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