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백혈병 앓는 심태영 씨

사기로 전 재산 잃고 병 얻어…골수이식 엄두 못내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백혈병 투병 중인 심태영 씨는 연이어 닥친 불행이 믿기지 않는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백혈병 투병 중인 심태영 씨는 연이어 닥친 불행이 믿기지 않는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심태영(가명'50) 씨는 몇 년 새 연이어 닥친 불행이 믿기지 않는다. 태영 씨는 지난해 여름 사기를 당해 평생 모은 재산을 다 잃었다. 사태를 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5월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까지 받았다. 지적장애가 있어 자신이 꼭 필요한 아내와, 한창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두 아들을 보면 태영 씨는 앞길이 막막하다. "평생 일만 하면서 이제 좀 편해질까 싶었는데'''.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죄책감이 들어요."

◆단란했던 가정에 닥친 불행

태영 씨는 안동의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근면' '성실'을 인생의 가장 큰 덕목으로 생각했다.

태영 씨의 성실함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년 가까이 섬유공장에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지각, 결근을 한 적이 없었다. 매일 도시락을 갖고 다니며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집안 어른들의 소개로 만난 지금의 아내는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가 있었다. 하지만 남편을 최고로 생각하고, 항상 밝은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 착실히 번 돈을 평생 모아 3년 전에는 대구 외곽에 작은 아파트와 승용차까지 마련했다.

"혼자 버는 월급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먹여 살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옛날에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행복한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여름 네 가족에게 큰 불행이 찾아왔다.

태영 씨 부부는 결혼 25주년을 맞아 집에 있는 가전제품을 바꾸기로 했다. 부부는 지인이 잘 안다는 한 가전제품 대리점을 찾았다. 매장 직원은 '자신의 계좌로 돈을 최대한 많이 입금하면 매장 실적이 올라가 고객에게 돌아가는 할인, 사은품 혜택이 많다. 입금 시킨 돈은 나중에 돌려주겠다'는 그럴듯한 말로 부부를 속였다.

직원의 말에 솔깃했던 부부는 자신의 돈뿐만 아니라 친구, 직장 동료에게까지 손을 벌렸다. 하지만 직원은 가전제품 몇 개만 태영 씨의 집으로 보낸 뒤 종적을 감췄다. 한참 뒤 경찰에 신고해 붙잡혔지만 사기를 쳐 가로챈 돈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한 뒤였다. 해당 직원에게 당한 피해자는 30여 명, 피해액은 10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기 사건이었다.

"사은품이라며 매장에서 보내 준 정수기, 복합기 등을 보고 계속 제2금융권, 지인들에게 무리하게 돈을 빌린 게 화근이었어요. 이렇게 잃은 돈이 7천만원이 넘어요."

◆병으로 쓰러진 가장

사기를 당하고 나서 태영 씨는 곧바로 빚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돈을 빌린 카드사, 제2금융권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독촉 전화가 빗발쳤다.

네 가족은 언론, 시민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매달려 봤지만 힘든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 피해금액이 가장 커 본사를 상대로 한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잠잘 시간을 줄이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공장 일, 소송에 매달렸던 태영 씨 몸은 점차 망가져 갔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혈액 수치가 심상찮다는 진단을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나온 정밀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골수 이식 수술이 아니면 나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공장 일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쌓인 병원비는 800여만원. 지난 5개월간 월세를 못 내 보증금을 탕진하고 더 좁은 집으로 옮긴 것도 벌써 두 번째다. 아직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는 지정이 안 돼 그동안 네 가족의 수입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다들 형편이 좋지 않아 이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병원에서는 골수 이식 수술을 위해 필요한 검사 및 수술 비용으로 최소 3천만원은 필요하다고 했다.

"저의 잘못으로 가정이 무너졌다는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해요. 그래도 아내와 아들은 꼭 제가 지켜주고 싶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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