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위궤양

점막 출혈 없으면 발견 어려워…2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위궤양은 헬리코박터균이나 장기간에 걸친 약물 복용,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위궤양은 헬리코박터균이나 장기간에 걸친 약물 복용,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김모(67) 씨는 식사한 뒤면 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배 속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이 아팠고, 통증이 한동안 계속됐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갑작스러운 구토를 하다가 피까지 토한 김 씨는 결국 병원 신세를 졌다. 검사 결과 빈혈이 심했고, 위궤양으로 위장에 출혈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내시경으로 출혈 부위를 지혈한 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위궤양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100만 명 이상 치료를 받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속쓰림과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위장의 출혈로 인해 빈혈이나 흑색변, 피를 토하는 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위궤양 환자 중 상당수는 별다른 자각 증상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 병을 키울 수 있다.

◆자각 증상 없는 환자가 절반 가까워

위궤양은 위벽의 점막이 손상을 입어 움푹 패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위 점막의 아래쪽까지 깊이 패고, 크기가 0.5㎝ 이상인 경우를 위궤양이라고 한다. 점막이 파이면서 배가 아프거나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거나 더부룩한 증상을 느낀다. 자주 체하거나 배의 특정 부위가 묵직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손상된 위 점막에서 피가 많이 날 경우 토혈을 하거나 검은 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출혈이 생기면서 심한 빈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예 위벽에 구멍이 나는 '천공'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궤양 부위에서 피가 나지 않으면 스스로 증상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궤양 환자 중 절반가량은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지내다가 위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발견된다.

위궤양 발병률은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다. 음식점에서 찌개나 탕류를 먹을 때 개인 접시를 사용하거나 술잔을 돌리지 않는 등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위궤양의 주된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137만7천238명이었던 위궤양 환자는 지난해 109만5천338명으로 20.3% 감소했다. 그러나 위궤양으로 인한 사망률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고, 고령화가 지속되며 발병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헬리코박터균과 약물 복용이 주원인

위궤양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헬리코박터균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 점막을 공격해 궤양을 만든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안을 헤집고 다니며 위 점막에 상처를 내고, 강한 위산이 위벽에 직접 닿게 만든다.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점액을 분비해 위장 점막을 약화시키고, 강한 위산을 분비하게 만들어 염증을 일으킨다.

각종 퇴행성 질환과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먹는 약물도 위궤양의 원인이다. 진통소염제와 아스피린, 혈액순환제, 관절염약 등은 위 점막 세포층의 재생과 기능을 조절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생성을 차단한다. 상처를 입은 위 점막 조직이 재생, 치유되는 과정을 막는 셈이다. 위암이나 간경변, 만성 신부전증 등의 질환이 있을 때도 위궤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음주나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등도 위궤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트레스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혈관 수축을 유발해 궤양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흡연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위 점막 재생에 필요한 산소나 영양 공급에 지장을 주게 된다. 과거에 위궤양을 앓은 경험이 있거나 식사습관이 불규칙한 경우,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즐기는 경우에도 위궤양이 나타날 수 있다.

◆위궤양의 진단과 치료

위궤양은 주로 위내시경으로 진단한다. 위내시경 검사에서 궤양이 발견되면 조직 검사와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드물게는 위암도 궤양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조영술은 위궤양이 의심될 경우 다시 내시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심한 천식이나 1주일 이내에 심근경색증 진단을 받는 등 위내시경 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위궤양은 6~8주가량 약물치료를 한다. 강력한 위산억제제와 점막보호제, 제산제 등을 동시에 사용하며 헬리코박터균이 있을 경우 항생제를 이용해 제균 치료도 한다.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할 경우 위궤양의 재발 확률이 낮아진다.

위궤양은 2개월간 약물치료 후 반드시 추적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궤양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질환과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한다. 궤양 부위에서 피가 나면 내시경 지혈술 등을 통해 출혈을 막고,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임상 경과를 관찰한다. 내시경 치료 후에도 출혈이 계속되거나, 위벽에 구멍이 났을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위궤양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식사 습관이 중요하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관절염이나 만성통증 등으로 진통소염제나 아스피린 등을 먹어야 한다면 위장 점막보호제도 고려해야 한다. 위 점막을 손상시키는 술이나 흡연은 피해야 한다.

정진태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궤양은 대부분 양성궤양으로 6~8주 정도 치료를 받으면 90% 이상 낫는다"면서 "위험인자인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고, 만 40세부터 2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무료 국가 암 검진을 빠지지 않고 받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움말 정진태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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