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67) 씨는 매주 한 번씩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여러 친구 중에서도 '당뇨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위해 오이나 당근, 파프리카를 썰어 채소 도시락을 준비하는 날도 있다. 얼마 전에는 새내기 회원인 김모(56) 씨 부부에게도 한 수 배웠다.
김 씨 부부는 "하루 먹어야 하는 소금량을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보면서 조리한다"고 했다. 정 씨는 "당뇨병 진단을 받고 겁이 났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교육도 받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부쩍 힘을 얻는다"면서 "요즘은 고향 친구들보다 속내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당뇨 친구들이 가장 좋다"고 했다.
자조모임은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모임이다.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 모여 서로의 성과를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고혈압과 당뇨병의 지속적인 관리가 쉽지 않은 탓이다.
지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정상 범위 내로 유지하는 비율은 42%에 그쳤고, 당뇨병의 경우 당화혈색소를 6.5% 미만으로 유지하는 비율이 22.1%에 불과했다.
참가자들은 우선 대구시 고혈압 당뇨병 광역교육정보센터에서 마련한 단계별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단계별 교육프로그램은 문제를 진단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과정, 실습과 시연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단계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질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리 목표를 세운 뒤 다른 이들과 성과를 공유하며 만성 질환 관리를 이어간다.
대구시 고혈압당뇨병광역교육정보센터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전국 보건소 255곳과 타지역 고혈압당뇨병센터 19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강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자조모임은 부정확한 정보를 바로잡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관리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교사인 강모(66) 씨는 자신의 혈당 수치와 먹은 음식, 운동 내용 등을 빼곡하게 적은 당뇨 수첩을 '당뇨 친구'들에게 선보였다. 올바른 생활 습관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동료들과 공유한 셈이다. 강 씨는 "당뇨 수첩을 통해 자신이 몸의 주인이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 "다른 동료들도 잘할 수 있도록 당뇨 수첩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고혈압당뇨병 광역교육정보센터 관계자는 "혈압과 혈당은 처음에는 잘 조절하지만 환경과 심리적인 상태 등이 변하면 관리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문가의 도움과 동료들의 힘으로 관리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대구시 고혈압당뇨병광역교육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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