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대표행사인 '실크로드 경주 2015'(이하 실크로드) 행사가 관변단체, 경로당, 공무원 등 이른바 '동원 관람객'으로 채워지고 있다. 147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된 국제 행사임에도 볼 만한 콘텐츠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반강제적 관람객 확보를 통한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크로드 축제는 지난 8월 21일 개막, 오는 18일까지 59일간 경주 보문단지 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조직위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행사장을 찾은 누적 관람객은 110만 명이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14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중 절반 이상은 경북도와 도내 23개 시'군 지자체의 동원인력으로 추정되고 있다. 평일에는 경북도 내 시'군 행사를 경주 엑스포에서 개최하거나 경로당 및 관변단체에 교통비 등을 지원해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사회단체 등에는 할당제로 입장권 구입을 강요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 행사를 차려놓고 또다시 추가 경비를 들여 손님을 입장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셈이다.
김천시의 경우, 지난 8일 실크로드 행사장에서 '김천시 문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날 김천시민 1천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 역시 고스란히 실크로드 누적관람객 숫자에 포함됐다.
대구는 물론, 예천군과 성주군 등 전국 39개 지자체가 실크로드에서 비슷한 규모의 문화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최근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700여 명의 국제 선수단도 경주를 다녀갔다.
또 경로당과 교육청, 각종 봉사단체 등 이른바 '지자체가 움직이기 쉬운 기관들' 역시 특별할인가까지 적용하며 관람객 확보에 동원됐다. 지금까지 48만 명의 주말 관람객(주말 평균 관람객 약 6만 명)을 제외한 50여만 명의 평일 관람객이 이런 방식으로 동원된 인력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순분(78'예천군) 씨는 "주민센터에서 버스 4대를 빌려 경로당 노인들을 무료 관람시켜준다고 해서 왔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고, 볼거리도 없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경주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관람객이 드문 시간에 노인들과 청소년 복지를 위한 편의 제공은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동원 관람객에만 의존하는 고질적인 관변행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아쉽다"며 "동원 관객들은 버스를 타고 행사장에만 들렀다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경북도는 물론 경주시내에 뿌리고 가는 경제효과도 없다"고 혹평했다.
엑스포조직위 관계자는 "단순하게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실크로드 행사는 세대 간, 지역 간 화합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일 뿐 인력동원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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