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건만 여성들 역시 가을 기분은 '블루'(우울)다. 사실 의학적으로 보면, 찬바람이 불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분비 이상을 가져와 신체 호르몬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멜라토닌은 수면 호르몬으로 신체 바이오리듬에 영향을 미치며, 신경전달 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의 결핍은 남성에겐 충동성, 여성에겐 우울증을 가져온다. 이런 호르몬 물질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지만, 가을을 받아들이는 기분변화는 개인의 편차가 더 크다. 최근에는 가을을 타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으며, 신경과나 정신과를 찾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공허감이 더 커질 수 있는 계절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은 가을에 좋지 않은 기억이나, 슬픈 생각이 더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여성은 가을에 이별한다든지 부부 갈등이 생길 경우 공허함이나 상실감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생리적인 요인에 더해 주변 상황으로 인한 심리적인 요인까지 더해지면 계속 혼자서 우울해지다가 자살 등 극단적인 충동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겨울잠을 자기 전에 신체 활동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몸이 한층 움츠러드는 날씨에 스트레스 요인까지 겹쳐지면, 집 밖을 나오지 않게 되며 좋지 않은 생각을 계속 자가발전시켜 결국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일조량이 줄어들면 일시적 우울증은 올 수 있지만 스스로 기분변화를 잘 조절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찾아서 하고, 폭식은 하지 말고 양은 적지만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을 것"을 권유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목표지향적이지 않기 때문에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을 조심해야 한다.
◆가을의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직장인 이순정(35) 씨는 가을에 오히려 엔도르핀이 돈다고 했다.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생리적 기분은 그다지 상쾌하지 않지만 '가을의 좋은 기억' 때문이다. 이 씨는 대학시절 짝사랑을 하던 남자 선배와 가을에 멋진 데이트를 했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에 가을이 오면, 그때 기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이 때문에 기분은 한층 낭만에 젖게 된다. 이 씨는 "현재 결혼한 남편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그때 그 오빠와 다정히 손잡고 단풍 길을 걸었던 생각을 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며 "누구라도 가을에 좋은 기억을 갖게 된다면 가을의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을의 나쁜 기억은 계절적 우울함을 더 배가시킨다. 주부 이정이(가명'40) 씨는 2년 전 가을 남편과 이혼했다. 이 기억은 가을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한층 배가시킨다. 가을이 오면, 가정법원에서 남편과 이혼도장을 찍었던 기억 때문에 괜히 이미 남이 된 남편을 원망하게 된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가을이 오면, 괜히 우울해지고 기분이 한없이 처진다"며 "계절적 탓도 있겠지만, 가을이 오면 심리적 불안감이 더 커진다"고 한숨지었다.
◆가을의 우울함을 극복하자
생리적인 변화에서 보면, 세로토닌은 많이 분비될수록 좋다. 이를 위해서는 매일 햇볕을 쬐며 속보로 20분 정도 걷는 것이 좋다. 음식을 먹을 때는 꼭꼭 씹어먹는 것이 도움된다.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3대 영양소는 비타민 B6, 포도당, 트립토판(아미노산) 등이다.
비타민 B의 섭취량이 충분하면 세로토닌 분비량도 덩달아 늘어난다. 이와 함께 멜라토닌은 수면 호르몬인데 낮에 햇볕을 30분 정도 쬐면, 밤에 더 잘 분비된다.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식품은 바나나, 당근, 닭고기, 달걀, 시금치, 호두, 양배추, 감자, 연어 등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요인이다.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건설적인 사고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우울한 생각에 계속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가고, 영화나 연극 등 문화공간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김 원장은 "가을 우울증이 심한 여성은 약물의 도움을 받아 치료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심리상태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한 상황에서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슬픈 기억은 빨리 떨쳐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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