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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생각] 경상도 거친 사투리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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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한글날이 지나갔다. 이 칼럼에 앞서 먼저 세종대왕이 우리글을 만들어주신 것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더불어 경상도 방언이 있음에 감사한다.

지난주 주말판(본지 10월 10일 자 9~11면)에서는 '사투리는 보물'이라는 큰 틀에서 경북 사투리 지도에서부터 대중문화에서 사투리를 잘 활용한 사례들을 두루 살펴봤다. 주말판을 쓰고 나서 다시 한 번 생각해도 놀라운 것은 경상도 거친 사투리의 묘미다. 표준어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그 분위기를 압도하는 짧은 거친 말의 위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경상도 사투리(동남 방언)의 묘미가 담긴 몇 가지 짧은 표현을 소개한다.

#1. "확 지기뿔라 마~~."

이 표현은 사실 무서운 말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I will kill you"('내가 당신을 죽이겠다'는 뜻). 하지만 경상도에서는 누군가 심할 정도로 엉뚱한 행동을 할 때 딱 한마디로 제압할 수 있는 말이다. 듣는 사람은 무섭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웃으면서 조금 조심하면 끝이다. 사실 회사에서도 이 말을 즐겨 쓰는 선배가 있는데 친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번씩 일부러 그 말을 듣고자 장난을 걸기도 한다.

#2. "주디 닥치라!"

이 다섯 음절 말도 하루에 몇 번은 써먹을 만한 상황이 생긴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더 자주 사용한다. 친구 중에 누가 필요없는 말을 하거나, 중언부언할 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을 할 때 이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주디'라는 말이 비속어이지만 '닥치라'는 뒷말 때문에 '입'보다는 '주디'라는 거친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이 얼마나 임팩트있는 말인가. 경상도 억양과 합쳐지면 그 위력은 더 커진다.

#3. "됐다 치아라!"

이 다섯 음절 역시 어설프게 전개되는 상황을 정리하는 말로는 더없이 좋은 말이다. 가령 노래방에 가거나. 장기자랑을 할 때 듣기에 짜증 나는 노래를 계속 이어간다면 누군가 제지해야 한다. 그럴 때 한쪽에서 누군가 이 다섯 글자를 이용해 한마디 던지면 상황은 종료된다. 열심히 노래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의 귀가 괴로운 것을 생각하면 이 표현이 있음에 감사할 일이다.

#4. "한판 뜨까?"

이 말은 더 짧다. 단 네 음절이다. 역시나 아주 유용한 표현이다. 남자끼리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을 때 1대1로 주먹을 쓰든지 다른 내기를 해 결판 내고자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싸움이나 대결을 한판 벌이자는 뜻도 있지만, 너랑 나랑 스포츠'게임 등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좋은 의미도 있다.

위 4가지 표현에서 보듯 경상도 사투리의 묘미를 살려, 방송에서도 비슷한 표현을 쓰는 이가 바로 씨름선수 출신 MC 강호동이다. 강호동은 밉지 않게 이런 표현을 잘 쓴다. 그리고 어수선한 상황을 절묘하게 정리한다. 경상도 사투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방언의 보물 중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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