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대구 대표 음식의 추락

대구 동인동 찜갈비가 유쾌하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명색이 찜갈비인데 양지 부위를 섞어 판매하다 단속에 적발된 때문이다. 중구 동인동에 줄지어 서 있는 12개 찜갈비집 중 11개 업소가 단속에 걸린 만큼 '찜갈비 골목'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찜갈비 속에 양지가 '저질 음식'으로 비난받는 것에 대해 업주들은 억울하다는 항변을 하고 있다. 찜갈비 고유의 맛을 살리고 푸짐한 양을 위해서는 갈비뼈에 얼마 붙어 있지 않은 갈비로만은 찜갈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전통의 방식인데 메뉴판에 성분 혼합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품위생법으로 단속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만큼 '충격'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똑똑한 소비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구 음식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대구 음식은 짜거나 맵고 또는 거칠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풍부한 해산물을 재료로 사용하는 전라도 음식에 비하면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야에 묻혀 있던 '대구 음식'이 전국적으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찜갈비는 물론 막창과 곱창, 닭똥집, 떡볶이 등이 공중파 방송에 잇따라 소개돼 유명세를 타면서 대구로 맛 기행을 오는 외지인들까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외지인들은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대구 음식만의 자극적인 맛에 감탄하고 있다.

이 중 찜갈비는 단연 대구가 대표 음식으로 내세우는 자존심이었다. 지난 2010년 대구시가 음식산업 육성을 위해 대구 10미((味)를 선정할 때도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나 일반 시민 모두 찜갈비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찜갈비는 다른 지역의 갈비찜과는 차원이 다른 음식이다. 밤이나 은행 등을 넣고 달콤한 맛을 내는 갈비찜과 달리 고추와 마늘, 한약재 등을 양념으로 사용한 찜갈비는 식도락가들의 이마에 땀이 맺히게 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여기다 매운맛에 얼얼해진 입안을 식혀주는 백김치와 물김치도 일품이다.

찜갈비 재료는 막창이나 곱창 등과 같이 향토색이 짙다. 경북은 전국 9개 도지역 중 축산 농가가 가장 많은 곳이다. 따라서 양질의 고기를 이용한 먹거리 음식이 발전할 토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청양고추와 마늘 등 경북이 주산지인 각종 양념들이 듬뿍 들어간다. 찜갈비집마다 고유의 비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약재' 또한 대구를 대표하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동인동에 찜갈비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만큼 역사 또한 50년 가까이 된다.

이러한 찜갈비가 위기를 맞은 것은 대구만의 음식이 아니라 전국구 음식으로 등장한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찜갈비에 양지가 들어간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구청이 후속 조치로 단속했다.

예전처럼 대구 사람들만 즐겨 먹는 우리끼리의 음식이었다면 담당 구청도 대대적인 단속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찜갈비 위상이 대구가 아니라 전국구 음식으로 올라간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기도 하다. 분명 찜갈비를 먹으러 왔는데 아무리 전통의 맛이라도 양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젊은 소비자나 외지인들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찜갈비 골목 업주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머리를 맞대고 찜갈비 골목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갈비만 들어간 찜갈비는 물론 주방을 공개하거나 호객 행위를 근절하는 등 대대적인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우려도 있다. 찜갈비뿐 아니라 대구의 다른 대표 음식에서도 또 다른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맛의 도시로 조금씩 명성을 쌓아가는 대구 음식산업이 찜갈비 소동을 계기로 전국구뿐 아니라 글로벌화된 음식 문화를 선보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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