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익기 "상주본 썩어가…답답하면 국가가 구입해야"

법정 다툼 예고된 훈민정음 소유권

지난 7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1천억원을 줘야 훈민정음 상주본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기자에게 밝혔던 배익기 씨는 14일 기자와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상주본은 배 씨 소유가 아니다"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민사재판에 대한 재심청구를 통해 상주본 소유권과 관련된 '최종 결론'을 법정에서 다시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내놨다. 아래는 일문일답.

-민사재판에서 소유권을 얻은 조모 씨와 상주본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절도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것은 상주본이 조모 씨의 골동품 가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상주본이 조씨 집에 있었다는 증거도 없이 조씨 것이라고 판결이 났고 내 것을 실물도 없이 기증식까지 하면서 내놓으라고 하니 미칠 것 같았다.

조 씨는 법정에서 책의 생김새도 똑바로 진술하지 못했다. 10년 전 샀다고 했다가 부친한테 물려받은 것이라고 진술도 번복했다.

-그렇다면 상주본은 어디서 입수했나?

▶조 씨가 아닌 제3자로부터 입수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골동품 거래와 수집 과정의 특성상 정확하게 누구로부터 샀거나 얻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3자도 해례본의 가치를 모르고 넘겼고 나 역시 모르는 상태에서 구입했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 조 씨와의 소유권 다툼을 벌였던 수년간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어도 진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면 조 씨와의 다툼이 일찍 끝나 내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상주본과 관련된 사건이 조작됐으며 문화재청이 배후라고 주장했는데?

▶문화재청이 사건 조작의 배후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내가 훔친 물건이라면 2008년 당시 세상에 공개했겠는가? 뜬금없이 조 씨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증인들이 필요했고 문화재청 관계자가 조 씨 편 증인들에게 국가가 하는 일이니까 위증을 해도 아무 탈이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문화재청은 계속 조 씨의 기증을 근거로 국가 소유라고 주장한다.

▶내가 훔친 게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에서 판결로) 밝혀졌고 조 씨의 기증은 한편의 희극이다. 물건도 없이 '기증하겠다'고 말한 것, 도대체 말이 되는가? 무슨 어음발행 하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효력이 있나?

-1천억 보상 주장은 재심청구 이후에 했을 수도 있는데 미리 한 이유가 있나?

▶최근 상주본 보관 상태를 확인해보니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어 가슴이 아팠다. 처음에는 재심청구 이후 1천억원을 요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주본이 썩어가고 있는 것 같다 재심청구까지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빨리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답답한 놈은 배익기다' 이런 식인 것 같다. 자신들은 상주본이 썩고 있어도 답답하지 않은 것 같다.

-훼손이 되고 있다면 일단 국가에 맡긴 다음 보상을 요구하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생각은 없나?

▶고민을 했지만 상주본은 나의 전부다. 문화재청은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말을 언론에 흘린다. 개인이 소유한 유물이라면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가 없는 한 국가가 소유권을 강제할 수 없다. 기증을 안 하겠다면 아무리 국가라도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

-만약 재심청구 결과가 나쁘면 다시 구속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난 구속이 두렵지 않다. 지난 1년간 나를 구속해서 얻은 게 무엇인가? 사건이 조작됐기 때문에 구속됐을 때도 상주본 행방을 밝히지 않고 내가 버틸 수 있었다. 난 이상한 사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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