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연예인의 '주홍글씨', 어떻게 봐야 할까?

실수정도'내용따라 방송복귀도 달라진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다. '그게 뭐? 어때서?'라는 의미. 인간이니 실수 한 번 정도는 괜찮다는 관대한 표현이다. 연간 평균 잡아 1인당 100여 병의 소주를 먹어치운다는 '술의 나라'답게 술자리 실수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기도 한다. 정치인의 실수에 대해서도 그 인물의 활용 가치와 지지 세력의 추구하는 바가 일치할 경우 적당히 눈감아준다. 그런데도 대중은 연예인들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는 유독 민감하다. 음주운전 한 차례, 도박 한 번에 해당 연예인은 직업을 바꿔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대중의 사랑으로 인지도를 얻고 부를 쌓았으니 자신의 행동에 투철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지극히 맞는 말이며 한편으론 엄격한 규칙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차례 실수를 저지른 연예인들은 '지나침'과 '당연함' 사이에서 헤맨다.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용만과 이수근의 복귀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그리고 여전히 재기하지 못하고 있는 김상혁이 슬그머니 얼굴을 비추고 있는 시기에 맞춰 연예인들의 이마에 찍힌 '주홍글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고 발생 후 복귀 시기 제각각 달라

대개 '실수'의 정도와 그 내용에 따라 해당 연예인에 대한 질타의 강도와 자숙 시기도 달라진다. 연예인들이 저지르는 실수나 잘못의 흔한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눠본다면, 도박-마약-음주운전-불륜-군 복무 기피-거짓말 정도가 있겠다. 그중 평균을 따졌을 때 상대적으로 자숙기간이 짧은 게 도박 또는 음주운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종류의 실수는 군 복무 기피와 거짓말 정도다. 마약류에 손을 대는 것 역시 향후 복귀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큰 실수 중 하나다.

예를 살펴보자.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노홍철은 11개월 만에 방송에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고,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베팅을 하다 문제가 됐던 이수근은 1년 6개월 만에, 역시 도박으로 방송을 중단했던 김용만도 2년 7개월 만에 복귀하게 됐다. 도박 건으로 얽혔던 토니안 역시 1년 10개월여 만에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어쨌든 1, 2년여 기간을 두고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갈 기회는 얻은 셈이다.

반면, 병역기피 논란을 일으켰던 유승준은 13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병역기피 의혹에 휘말려 재판정에 섰던 MC몽은 무혐의로 법정 공방을 마친 후에도 복귀에 애를 먹었다. 4년 9개월의 자숙 기간을 거쳐 음원을 발표하고 연예계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예전과 같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자숙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도박의 경우에도 '상습'이란 단어가 붙을 정도가 되거나 불법자금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일이 커진다. 그룹 NRG의 멤버 이성진은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국내외를 오가며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것뿐 아니라 각 카지노 인근 롤링업자들의 돈을 빌려 썼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각종 사기혐의를 뒤집어쓰고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고 궁지에 몰려 연예활동이 어려운 처지가 됐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신정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3년과 2005년 상습 도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2010년에는 필리핀 세부에서 도박을 하다 문제가 생겨 방송 일정에 맞춰 복귀하지 못하는 사고를 쳤다. 이때 가짜로 병원에 누워있는 사진을 찍어 올리며 '뎅기열에 걸려 현지에서 치료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 한동안 해외를 떠돌며 입국도 못하는 등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상습 도박뿐 아니라 거짓말이 더해져 대중으로부터 가중처벌을 받은 케이스다. 2010년 이후 연예계 복귀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귀 후에도 이미지 회복 쉽지 않아

대중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연예인이 복귀 후 기존의 인기를 되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그 실수의 내용이 방송 이미지에 반하는 것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개그맨 이혁재의 예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앞서 이혁재는 5년 전 룸살롱 여종업원 폭행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가 붙어 여종업원과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던 건 사실. 하지만, 법정으로 갈 정도로 큰 사고는 아니었고 피해자 측에서도 '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툼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전까지 건실한 가장의 이미지를 굳혔던 이혁재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었다. 이후로 '비호감 연예인'으로 불리며 고초를 겪었다. 1년여 만에 가까스로 방송에 모습을 보였지만 소위 프라임 시간대 메인 프로그램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언저리를 맴돌았고 현재까지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 실패와 채무 등에 대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실수나 잘못의 크기보다 이미지 관리를 잘못해 미끄러진 예다.

아이돌그룹 클릭비의 멤버로 큰 인기를 누렸던 김상혁은 2005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변명 한 번 잘못했다가 궁지에 몰렸다. 당시 취재진 앞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며 회피하는 발언을 했던 게 음주운전보다 더 큰 실수였다. 간간이 방송에 모습을 보였지만 대중의 거부감이 워낙 커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에 출연해 "책임감 있게 처신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술을 마시긴 했지만 단속에 걸릴 만한 수치가 나올 정도로 먹은 건 아니라는 의미로 변명했던 게 잘못"이라고 재차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물의 연예인'의 대표주자는 윤은혜다. 중국의 예능프로그램 '여신의 패션'에서 국내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육안으로 봤을 때 유사성이 드러나는 상황이라 비난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이며 중국 현지에서 활동 중이다. '국내 활동을 중단할 거냐'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현재까지는 특별히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병헌처럼 큰 사고를 친 후에 실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연예인도 있다. 이민정과의 결혼 후 다른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려다 협박을 당하는 등의 문제로 사실상 연예계 생활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 때문에 '내부자들' '협녀-칼의 기억' 등 이미 촬영을 마친 이병헌의 출연작은 1년여 기간 동안 개봉이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이후에도 일단 잘못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에 전념했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협녀'에 이어 '내부자들'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여전히 할리우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망신살이 뻗쳤지만 어쨌든 연기는 자신 있으니 작품으로 봐달라는 입장인 듯하다.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연예인들의 실수나 잘못은 교도소에 들어갈 정도의 '범죄'가 아닌 이상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단, 사건 발생 당시에 취한 당사자들의 태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 대중이 인정할 만한 실력을 가진 인물일 경우에만 복귀가 수월해진다. 보는 시선에 따라 '실수 한 번에 직업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고, '연예인이니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일단,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사생활까지 조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사건 발생 후에는 연예인 당사자의 처신에 향후 행보가 달려있다. 정답은 당사자들이 알고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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