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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해피 '버스'데이] <4>'새판' 짠 대구 시내버스

시내버스 기능 세분화…도시철도와 환승 편의성 높였다

대구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이뤄진 가운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승강장에서 시민들에게 바뀐 노선을 설명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이뤄진 가운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승강장에서 시민들에게 바뀐 노선을 설명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는 올해 8월 준공영제 도입(2006년) 이후 9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했다. 변화의 핵심은 도시철도와의 연계성을 높이는 데 있었다. 이는 3호선 개통으로 더 심해진 버스와 도시철도의 노선 중복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버스 기능을 더 세분화해 노선 효율성을 높였다. 환승 편의를 높이고 중복으로 발생하는 낭비를 최소화했다. 이번 노선 개편을 통해 드러난 이점과 보완점을 살폈다.

◆버스노선 '새판' 짜기

올해 8월 단행된 노선 개편은 버스 기능을 세분화하고 효율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번 개편을 통해 전체 113개 노선 중 신설'폐지된 시내버스 노선은 각각 17개고, 변경 노선은 28개로 노선 조정률은 39.8%에 이른다. 기존 그대로 유지하는 노선은 모두 53개다. 이로 인해 평균 배차 간격은 13.5분에서 13.1분으로 줄었고, 환승률은 20.9%에서 26.1%로 늘었다. 노선 중복도는 10.8%에서 10.7%로, 거리로는 3천803㎞의 중복거리가 해소됐다.

개편 내용 중 눈에 띄는 점은 버스 기능의 세분화다. 급행, 간선, 순환선, 지선 등 4개 기능이던 것이 급행, 일반간선, 순환간선, 일반지선, 순환지선, 오지지선 등 6개로 늘었다. 급행과 일반간선은 장거리 승객의 편의와 도시철도 사각지대에 중점을 뒀고, 특히 수요가 집중되는 구간은 배차 간격을 최소화했다. 순환지선은 도시철도 환승객을 위해 역세권을 중심으로 마을버스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변화는 노선의 높은 굴곡도와 지나치게 긴 길이, 도시철도와의 중복 등 이전 노선이 안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1호선의 경우 618번 버스가 36.8%, 805번이 30.8% 등 높은 중복 비율을 보였다. 2호선은 425번이 56%나 겹쳤고, 309번(55.9%)과 649번(53.6%), 509번(50.5%) 등도 절반이 넘는 구간이 중복됐다. 3호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북구 칠곡과 수성구 범물지역을 오가는 급행3번(35.8%), 402번(34.4%), 300번(19.3%), 427번(18.8%) 등의 중복도가 심했다.

노선의 굴곡이 심해 운행시간이 늘면서 덩달아 배차 간격도 커졌다. 또 노선별 평균 운행거리도 45.1㎞로 부산(43.1㎞)과 인천(29.5㎞), 광주(40.4㎞), 대전(40.4㎞) 등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다른 지역보다 긴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버스와 도시철도의 공생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버스와 도시철도의 공생이다. 버스와 도시철도 간의 환승 체계를 구축해 이용 편의와 노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노선에는 이러한 목적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도시철도 사각지대였던 서구1(-1)번과 남구1(-1)번 등 서구와 남구에 생긴 순환지선이 대표적이다. 서구1(-1)번은 폐지된 202(-1)번을 일부 대체하는 성격으로, 1~3호선과 연결돼 있다. 1호선은 성당못'대명'안지랑역, 2호선은 죽전'내당역, 3호선은 만평'원대역 등 7개 도시철도 역을 오간다.

남구1(-1)번은 남구 주민을 1, 3호선과 이어준다. 1호선 명덕'영대병원'현충로'성당못역과 3호선 남산'명덕'건들바위역을 연결한다. 특히 명덕역은 1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이자 시내버스 노선이 많은 교통의 요충지로 손꼽힌다.

이외에도 수성3(-1)번이 도시철도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됐다. 이 노선은 1~3호선 모두를 아우르면서 무려 11개의 도시철도 역을 거친다. 1호선은 율하'신기'반야월역, 2호선은 대공원'연호'담티역, 3호선은 황금'수성못'지산'범물'용지역 등 도시철도 이용이 잦은 승객은 반드시 알아둬야 할 노선이다. 더불어 금호강을 넘나들면서 노선이 거의 없는 수성구의 범물'지산'황금동과 동구의 율하'동호동을 잇는 의미가 있다.

또 신설된 칠곡4번은 9~10분 간격으로 칠곡지역 구석구석을 순환하며 3호선(팔거'태전'매천역)으로 주민들을 이어준다. 기존의 칠곡1(-1)번도 3호선 접근성을 높이려 대폭 노선을 수정했다.

◆노선 알리기와 개선할 것들

시는 개편된 노선 내용을 시민에게 알려 조기 정착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였다.

우선 시행 3일 전인 7월 29일부터 반월당과 대구역, 중앙로네거리, 범어네거리 등 통행량이 많은 교차로를 중심으로 거리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에는 시장에서부터 간부 공무원,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운동단체, 미소친절모니터단 등 민관 합동으로 하루 300여 명씩 노선 개편을 알렸다.

이에 앞서 노선안내책자를 94만 부 제작해 대구 내 각 가구에 배포했고, 버스 안과 승강장에 변경된 경유지 안내도를 붙였다. 주요 승강장 750여 곳에 현장 안내요원을 배치해 바뀐 노선을 일일이 설명했다. 더불어 13명이 배치된 노선개편 종합상황실(오전 6시 30분~오후 11시 30분)을 노선 개편 이전부터 시작해 개편 후 한 달 가까이 운영했다. 홍보 전단만 30만 부에 이르고, 포스터 3천 부, 현수막 70개, 대형 전광판(하루 약 100회) 6곳이 노선 개편 내용을 곳곳에서 알렸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혼란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 요구를 검토해 필요한 곳은 노선을 재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실제 600번의 경우 주민 민원이 계속되자 개편 한 달 만인 9월 7일 종점을 달서구 유천치안센터에서 KT남대구지사까지 확장했다. 이외에도 수성구 범어'황금동 주민들은 414(-1)번 노선을 복원해달라고 서명운동을 벌였고, 동구 지묘동 주민들은 급행6번을 현재 종점(봉무동 공영차고지)에서 연장해 지묘동까지 운행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정덕수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몇 개월간의 수송 현황을 자세히 분석해 차를 뺄 곳은 빼고 더 필요한 곳은 추가로 배차하겠다"며 "주민 요구나 불편 등을 수렴해 올해 말 한꺼번에 노선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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