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종업원의 주당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노동 강도가 약해지고 일자리도 더 늘어난다고요? 그렇잖아도 월급이 적은 사람들인데, 다 굶어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집니다. 알 만한 아줌마들은 월급이 줄어든다면서 당장 밤에 투잡(Two-job) 뛸 기사식당부터 알아보고 있어요."
이르면 이달 중 음식점'주점업이 법정 근로시간 한도보다 더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될 조짐을 보이자 외식업주와 종사자 등 업계 전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법안 가운데 '근로시간 특례업종 조정안'에 따르면 음식점 및 주점업 등 16개 업종이 특례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특례업종은 노사 합의에 따라 직원 1인당 최대 12시간씩 연장 근로해 주당 최대 7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업종이다.
노동개혁법안에는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다는 내용도 있는 만큼, 이번에 특례에서 제외되는 업종 종사자는 주당 근로시간이 18시간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법안은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특례업종을 조정할 경우 시행 첫해에만 1만8천500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7년간 최대 15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현행 그대로 유지한다면 시행 첫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1만3천700명에 그쳐서 특례업종 조정 때보다 2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음식점 종사자들은 이런 정책 때문에 경영 효율이 더욱 떨어지고 부실한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직원 6명이 주당 70시간(총 420시간) 일하던 외식업소의 경우,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총 312시간)으로 줄어들면 나머지 108시간 동안 일할 근로자 2명을 더 고용해야 된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한식전문점 주인 김모(58) 씨는 "제조업과 달리 음식업은 직원이 많다고 해서 매출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손님이 찾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공장처럼 직원들에게 교대근무를 지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업주들은 아르바이트 등 고용과 해고가 쉬운 일자리만 늘릴 것이다. 아울러 늘어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음식값을 인상하고, 이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이 외식을 줄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들도 기존 직원의 임금을 빼앗아 새 직원에게 주는 '임금 돌려막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음식점 조리 10년차 직원인 박모(46) 씨는 "근로시간이 줄면 노동강도가 약해진다고 하는데, 음식점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하루 12시간을 일하건 8시간을 일하건 식사시간대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똑같다"며 "주당 근로시간이 18시간 줄어들면 월급도 70만원쯤 줄게 된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밤에 일할 수 있는 것을 알아봐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외식업계는 특례업종 제외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수진 한국외식산업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외식업은 업종 특성상 연장근무가 꼭 필요한 업종"이라며 "정부는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업계 사정에 맞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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