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태용 입 열면… 조희팔 판도라 상자 열릴까

밝혀진 은닉 재산 1천억원대…국내 송환 후 묵비권 가능성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검거되면서 조 씨 일당의 은닉 재산 규모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조 씨 사기 사건의 피해 규모는 2조~4조원으로 추정되고, 일각에서는 8조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피해 금액은 조 단위에 이르지만 밝혀진 은닉 재산은 불과 1천억원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아직 상당한 액수의 은닉 재산이 국내에 남아 있고 이를 관리하는 조직도 여전히 활동 중일 것이란 추측이 나돌고 있다.

조 씨 사건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검찰도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워낙 많고 주범이 도주한 데다 추정 피해 금액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피해액 산정이 현재로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내 은닉 재산 규모에 대해서도 여러 '설'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수치는 누구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4월 조 씨 관련자 11명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22개 불법 다단계 유사 수신업체 회장인 조희팔 등은 2004년부터 2008년 10월 31일까지 대구, 인천, 부산 등지에서 2만4천499명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약 2조5천620억원 규모의 금융 다단계 상습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고 적시했다. 이는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대구경찰청이 고소장을 내거나 직접 찾아온 피해자들을 상대로 투자금 송금 내역, 영수증 등 물증을 통해 확인한 피해 규모다.

조 씨는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것이 한계에 부닥치자 백화점 운영, 폐기물 재활용 등 환경 사업, 부동산 사업, 재건축 시행 사업 등을 한다며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당액의 자금을 은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7월 조 씨의 은닉 재산 흐름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해 지금까지 1천200억원가량의 자금만을 확인해 추징 보전 절차를 진행했다. 이 중 710억원은 조 씨의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사법처리된 고철 무역업자가 법원에 공탁한 금액이다. 나머지는 전국조희팔피해자채권단 명의의 부동산 등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확인된 금액으로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검찰은 강 씨가 송환되면 우선적으로 은닉 재산 추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강 씨가 일부라도 은닉 재산을 밝힐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만약 은닉 재산이 드러날 경우 이를 관리하는 조직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강 씨가 실질적인 2인자인 만큼 그가 알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국내 은닉 자산의 실체가 드러나면 아직 수면 아래 있는 조 씨 관련 인사들에 대한 실체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강 씨가 2012년 체포된 조 씨의 측근 강호용(47)과 최천식(58)처럼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계좌 추적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실제 검찰은 강 씨의 국내 송환에 대비해 대검찰청에서 계좌추적 전문 검사 등 인력을 지원받아 계좌추적팀을 보강했다.

이를 통해 강 씨로부터 조 씨 소유나 조 씨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투자 자금 등을 전방위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피해자채권단 외에 국내에 남아 있는 조 씨와 연관된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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