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5세 딸에 어머니가 첫 비녀 꽂아주는 의식
"오늘같이 좋은 날에 처음으로 비녀를 꽂으니 너의 어릴 때 생각을 고쳐서 지금부터는 어른스러운 덕을 지키고, 오래 살면서 복되고 경사스러운 일만 가득하여라."
대구 원화여자고등학교가 16일 개교 60주년을 맞은 기념행사로 교내 동암기념관 강당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계례(筓禮)를 올리는 행사를 가졌다.
'계례'란 여아가 성인이 되었음을 알리는 전통 성년식으로 어머니가 장성한 딸의 머리를 올려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에서 비롯됐다. 혼례를 올릴 때 치러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례편람'에 따르면 혼인을 정하지 않았어도 만 15세가 되면 계례를 행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날 행사는 계를 받는 1, 2학년 학생 '계자' 16명과 어머니, 그리고 각 계자의 멘토 격인 '빈'이 함께 자리해 재학생과 외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김영란 전 대법관, 동문인 권은희 국회의원, 권혜영 총동창회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여성 인사들이 후배를 위해 기꺼이 '빈'으로 참석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주례와 빈이 계자에게 비녀를 꽂아주면 간단한 예를 올리고, 자(字'본이름 외에 부르는 이름)를 지어준다.
빈 김영란 전 대법관은 계자인 김민정(2학년) 학생에게 "'바르게 살자'라는 가훈을 잊지 말고 항상 옳은 일을 하고 장차 많은 사람들을 보살피라는 의미에서 너의 자를 '정민'(正玟)이라고 한다"며 자사(字辭)를 읽었다.
다른 빈들도 각각 계자에게 자를 정해주고 그 의미를 전하는 덕담을 보냈다. 계자들은 일제히 "제가 비록 부족하오나 항상 자의 뜻을 잊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빈과 어머니께 절을 올렸다.
최수빈(2학년) 학생의 어머니 장혜영 씨는 "딸이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성년이 되는 전통 의식을 지켜보니 마음이 뭉클해지며 감동의 눈물이 난다"고 했다.
계례를 올린 윤소희(1학년) 학생은 "뉴스에서 보던 유명인사들이 오셔서 저희들을 어른으로 대접해주시니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욱 원화여고 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전통의 예법을 익힌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성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전통 성년례와 기념식을 마치고 개교 60주년을 축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운동장에 특설무대를 설치, 중'고등학생들이 준비한 합창, 국악, 관현악, 오케스트라 연주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그동안 학교의 성장을 함께 지켜본 학부모와 지역민들에 대한 보답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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