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조3천억원대 해외 도박사이트…부당이익만 650억원

필리핀에 IT업체 위장 사무실 차려…경찰 "대구시 한해 예산의 28% 규모"

해외에 서버를 두고 1조3천억원대의 불법 인터넷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은 16일 불법 인터넷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사이트 운영자 A(30) 씨와 대포통장 모집책 B(29)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사이트 운영 관리자 C(30)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이들에게 월 20만~50만원씩 받고 대포통장을 넘겨준 혐의로 D(27) 씨 등 10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3년 12월 초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 IT업체로 위장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해외 스포츠 베팅 사이트 4개를 운영하면서 1조3천억원대의 도박 공간을 개설해 65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국내외 스포츠 경기 1회당 적게는 1만원, 많게는 4천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국인 명의의 대포통장 89개를 이용해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현금을 찾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포통장 명의자가 계좌를 해지하고 잔액을 인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자, 해결사를 투입해 인출자를 찾아내 돈을 받아내는 등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으며, 회원 수가 늘고 수익금의 규모가 커지자 입출금 한도를 높이고 허위 법인 9개를 만들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현국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A씨 등이 운용한 1조3천억원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대구시 한 해 예산의 28%에 해당하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야구장을 3.5개나 건립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라며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범죄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환수를 위한 자금 추적에 나서는 한편, 도박 사이트 회원 2만여 명의 명단을 확보해 도박 금액이 많고 상습적인 이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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