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어디 뒀지?" 농촌마을 건망증 해결한 경찰

농기계 수리업자 행세 빈집털이 '범인' 20가구 중 7곳 달해, 절도법 철창행

"분명 그 자리에 뒀는데, 없네…."

이달 초 청송군 진보면 한 마을에 '건망증'이 유행처럼 돌았다. 밭일을 나온 주민들은 혼잣말로 중얼거리거나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주민들은 고민에 빠졌지만 속시원히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그저 "물건을 둔 장소가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며 억지로 말을 삼켰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숨겨둔 돈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는 것. 고령인데다 금융회사가 멀어 돈을 집안 곳곳에 숨겨뒀던 것이다. 주민들은 김치통이나 장롱, 장판 밑에 돈을 숨겼거나 땅속에 묻어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새 숨겨둔 돈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말 못할 건망증에 끙끙댔던 것이다.

이들의 때아닌 '건망증'을 치료해 준 건 경찰이었다. 청송경찰서는 16일 농촌 마을을 돌며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A(46) 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 10분쯤 청송군 진보면의 한 마을에서 B(66) 씨의 집에 들어가 안방에 보관 중이던 현금 20만원을 훔치는 등 이틀 동안 7차례에 걸쳐 5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마을 주민이 20여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주민 중 3분의1가량이 절도 피해를 입은 셈이다.

A씨는 대낮에 빈집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농기계 수리업자 행세를 하며 마을 주민들의 의심을 피했고, 집주인을 부른 뒤 인기척이 없으면 집 안으로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빈집털이로만 27차례나 처벌을 받았을 정도로 '전문가'였다.

김주창 청송경찰서 강력팀장은 "주민들은 대부분 건망증 때문에 돈을 어디 뒀는지 모른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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