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011년 5월 구미 해평취수장 사고로 인한 단수 사태의 책임이 구미시에 있다고 판결했다. 취수장 임시 물막이보가 붕괴돼 수돗물 공급이 닷새 동안 끊기면서 피해를 본 구미 인근 주민 1만7천여 명이 제기한 이 소송에서 대구고법은 1심과 달리 구미시에 배상 책임을 물었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주민과의 직접 계약관계나 수돗물 공급의무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대로 기반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지자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피해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수자원공사는 배상 책임 주체가 아니다'는 판결에 반발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공공기관에 대해 사법부가 면죄부를 줬지만 주민 정서와는 간격이 크기 때문이다.
구미 취수장 사고의 배상 책임이 어디에 있든 부실한 유지'관리가 빚은 인재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반 시설의 관리감독 책임을 진 지자체는 물론 부실 공사로 사고를 유발한 공기업이 함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안이어서다.
무엇보다 수많은 피해 주민이 번거로운 소송까지 제기하며 단수 사태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물은 것도 결코 배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는 지자체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공기업의 무책임한 일 처리에 대한 경고다. 단단히 책임을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구미와 낙동강 유역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로 구미와 대구 등 낙동강 유역 주민 수백만 명이 큰 홍역을 치렀다. 이런 교훈에도 취수장 사고는 구미, 김천, 칠곡 주민 50여만 명에게 불편은 물론 생업의 위기마저 초래했다. 2012년 9월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구미 불산 누출 사고도 마찬가지다. 끊이지 않는 사고에 불안을 넘어 분노마저 치밀 정도다.
이번 소송이 시민 안전과 편의는 안중에도 없는 행정기관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을 구미시와 수자원공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법원 판결에 구미시가 불만을 표시하며 수자원공사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결코 옳은 자세가 아니다. 피해 주민에게 깊이 사과하고 보다 철저한 사고 재발 대책을 세우는 게 바른 순서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피해 주민들로부터 결단코 면죄부를 받은 사실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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