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희팔 마지막 퍼즐, '배상혁'을 찾아라

전산실장 맡아 시스템 총관리…돈 흐름·사용처 풀어낼 '열쇠'

2008년 지명수배 당시 배상혁 사진.
2008년 지명수배 당시 배상혁 사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일당의 2인자 강태용이 검거되면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배상혁(43'사진) 체포에 경찰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 씨는 중국에서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는 강태용의 처남으로 조 씨 일당이 전국을 무대로 수조원대의 다단계 사기 사건을 한창 벌이던 시기에 전산실장을 맡았다. 그는 2008년 수사가 본격화하자 자취를 감춰 같은 해 11월 28일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현재까지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수배된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 남아있는 장본인이다.

경찰이 배 씨 검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전산실장을 맡으면서 전산시스템을 총괄 관리한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희팔 사건과 같은 유사수신 범죄는 전산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사기범들은 전산 시스템에 의해 분석되는 운영의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을 디데이(D-day)로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터뜨릴 날짜를 정해 사전에 치밀한 범죄자금 은닉 및 도피, 사법처리 관련 로비 등 사후 일 처리 준비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전산실장을 맡은 배 씨를 검거하면 조 씨 사건의 전체 피해 금액이나 돈의 흐름, 사용처 등이 파악될 가능성이 높다. 배 씨가 조희팔 사건의 핵심 4인방(강태용'강호용'황병수'최천식)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사건을 푸는 중요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 피해액은 4조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규모가 너무 방대해 정확한 피해자 수나 피해액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몇조원에 이르는 피해금의 사용처 또한 1천억원 정도를 제외하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 씨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수배를 내려 행방을 쫓고 있지만 소재 파악도 되지 않고 출국 기록도 전혀 없다. 특히 조 씨를 비롯 주요 피의자 신상에 대한 제보는 쏟아져 나왔지만 배 씨와 관련한 제보는 전혀 없다.

이에 따라 해외로의 밀항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찰은 국내 거주뿐 아니라 외국으로의 도주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다각도로 배 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색 수배'(Red Notice)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적색 수배는 살인 등 강력범죄 사범이나 조직폭력단의 중간보스 이상 범죄자, 50억원 이상 경제사범 등에게 내려진다. 대상자는 인터폴 회원으로 가입된 세계 190여 개국 어디서든 체포될 수 있고 혐의를 받는 국가로 압송된다. 강 씨도 적색 수배 덕분에 도주 7년 만인 지난 10일 중국 장쑤성의 한 아파트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배 씨가 전산시스템을 직접 관리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기계적인 업무만 담당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 씨 일당이 도주하기 전에 회사의 전산망을 파괴해 수사에 큰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배 씨가 붙잡히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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