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수·해일 방벽 보강, 걱정 마세요"…지진에 맞서는 한국 원전

지진 한 해 평균 44건, 매년 증가

한수원 직원이 원전 격납고 안에서 설비절검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 제공
한수원 직원이 원전 격납고 안에서 설비절검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 제공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A씨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부인과 어린 아들을 한국에 돌려보낸 뒤 혼자 지내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와 도쿄가 거리상으로는 2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방사능 노출이 우려스럽고, 일본 열도를 자주 뒤흔드는 지진 공포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발전소가 침수되면서 대형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지진활동이 가장 활발한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어, 매년 1만 번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규모 6.0 이상의 지진도 한 해 평균 10번 이상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일본 도호쿠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9.0을 기록했다.

다행히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는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다. 1980년 1월 8일 북한 평안북도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다.

남한에서는 1978년 9월 16일 충북 속리산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과, 2004년 5월 29일 울진 동쪽 약 80㎞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규모 5.2로 가장 컸다. 이외에도 홍성과 백령도, 태안에서 규모 5.0~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비교적 지진대에서 떨어져 있어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울진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에서도 보듯, 한반도를 완전한 지진 안전대라고 부르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국내 지진 발생 추이를 보면, 규모 3.0 이상의 지진 건수는 별로 없지만 총 발생횟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를 기준으로 이전에는 지진이 평균 19.2건 발생했지만, 이후에는 평균 44.5건 발생하며 지진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동해안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원전을 생각해서라도, 만일의 지진 사태를 대비해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진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일본도 당했는데, 상대적으로 내진설계 등 지진 대비가 약한 우리나라에 강진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이 지진해일에 대한 사고대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안전점검을 통해 6개 분야 50개 장단기 개선사항을 도출해 실행에 들어갔다.

우선 발전소를 지진해일로부터 보호하는 해일 방벽을 보강해 더 높은 파도에 대처할 수 있게 했다. 또 새롭게 짓는 원전은 될 수 있는 한 높은 곳으로 부지를 선정했다. 발전소 침수를 막기 위해 물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차수벽을 설치했고, 만약 침수되더라도 원자로 제어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비상용 발전기도 도입했다.

내진설계도 크게 강화했다. 우리나라 역대 발생 지진 규모 5.2보다 높은 6.5~7.0으로 기준점을 맞췄다. 원자로 격납건물은 단단한 암반 위에 건설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토사지반에 지은 건물보다 많게는 50%가량 진동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내부에서도 지진에 대한 안전조치가 가능하도록 지진감시설비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한수원 관계자는 "그간 우리나라는 강진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어 안전하다고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겪으며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원전설계 및 운영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며"특히 예전과 달리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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