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 피눈물 흘린 희대의 사기극
수사팀 새로 꾸리는 인사 혁신 시급
대구에 정의가 살아나게 만들어야
지난 9월 21일에 열린 대구지방경찰청에 대한 국감에서 대구 경찰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국회 안행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세상물정 모르는 대구 경찰'이라고 질타를 받았다. 진수미'임수경 등 새정치연합 여성의원들은 심학봉 전 의원 성폭행 사건을 물고 늘어졌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으로부터 신고가 들어온 지 열흘 만에 가해자인 당시 현역의원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면서 본인이 아닌 지인을 통해 전달한 것도 모자라 야밤에 단 몇 시간 수사하고 이튿날 재빠르게 무혐의 결론을 내렸느냐고 따졌다.
이날 대구경찰청은 경범죄 처벌 등을 둘러싸고도 코너에 몰렸다. 경범죄 처벌은 대구청이 경기도, 서울에 이어서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단속한 경범죄 1만2천646건 가운데 81%가 오물 투기'노상 방뇨'침 뱉기'음주 소란 등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 소속 5천385명의 경찰 주임무가 침 뱉기 단속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의 임무가 중대 사건, 사고 처리가 아니라 예방 순찰이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현상은 없다. 그만큼 도시가 선진화되고, 성숙해졌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대구가 그만큼 안전하고 평화로운가. 지금 이 시각에도 대구에는 불법 체류자가 6천여 명이나 되고, IS에 합류했다가 죽은 것으로 알려진 청년의 소지품에서 대구 모 공장 사원증까지 나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밝혀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지금, 대구 시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툭하면 우세스러운 일이나 문제성 인물이 대구 사람이니 속상하고, 불안하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늘어만 가고, 범죄에 직결될 소지가 높은 대포폰'대포차 등 대포 물건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긴다. 수사본부가 차려진 전국 미제살인사건 13건 가운데 30%가 넘는 4건이 대구 사건이다. 미제살인사건에 배치된 대구 경찰은 딱 2명이다. 대구 경찰이 쉽고 편한 업무에 쏠리는 형국이니 큰일이다. 이런 정신력과 수사진으로 시민을 제대로 지키겠나 걱정이 앞선다.
그 대표적인 우려가 조희팔 사건에 대한 재수사이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태용이 지난 10일 장쑤성에서 중국 공안에게 체포되었고, 16일에는 강태용에게 돈과 접대를 받은 전 대구성서경찰서 정모 경사까지 구속됐다. 이미 이 사건으로 구속된 김광준(전 서울고검 부장검사)'권모 전 대구지방경찰청 총경, 안모 전 대구동부경찰서 경사, 김모 전 대구지방경찰청 경위 등이 모두 대구권 사람이다.
이제 사망 여부를 포함한 조희팔 사기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한가지 유념할 일은 수사 인력의 쇄신이다. 경찰은 특성상 한 번 수사를 맡으면 계속 수사를 맡는다. 그런데 시계를 거꾸로 돌려 조희팔 사건이 터질 당시 대구경찰의 광수대(광역수사대)와 지능팀(지능수사대팀) 가운데 상당수가 칠곡 Y플라스틱 회사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을 떠올려 보자. 당시 칠곡 Y플라스틱 회사 사기 사건의 핵심은 그 회사가 상장(아마도 코스닥 등록을 말하는 듯)을 앞두고 있는데, 그전에 투자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소문은 광수대와 지능팀 중심으로 퍼져서 투자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분위기였다. 결국 부도가 난 칠곡 Y플라스틱 회사에 자기 돈 외에 조희팔의 자금을 넣은 경찰이 적지 않다. 지금 조희팔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된 경찰 모 인사는 자신은 그냥 조희팔의 돈을 받아서 그대로 투자 심부름을 한 것뿐이라는 얘기까지 했을 정도이다.
그때 수사에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수사를 맡아서는 별무소득일 것이다. 안 된다. 수사팀의 인적 쇄신이 있어야 조희팔 사기 사건의 실체는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조희팔 게이트가 무서운 인력으로 수사팀을 꾸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구 경찰들이여! 끝까지 악을 응징하는 정의감이 살아있다는 것을 이번에는 꼭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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