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얼룩진 KF-X 사업, 원인 가려 철저한 책임 물어야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의 핵심인 4대 기술 이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길에 미 국방장관을 만나 기술 이전을 요구했던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미국이 줄곧 불가 입장을 밝혔던 만큼 한 장관의 요청은 면피용 제스처에 불과했다.

첨단 기술 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KF-X 사업이 표류 내지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은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등 기술이 없으면 KF-X 사업은 하나마나로 보고 있다. 전투기를 만들어도 첨단 전투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유럽과 이스라엘 등 제3국과 협력하고, 국내 기술 개발을 통해 이들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예정한 2025년까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미덥지 않다. 설령 성공해도 미국산 전투기에 우리 기술이 제대로 적응할지 보장하기 어렵다. 실패하면 우리 영공 방어에 구멍이 뚫리는 것도 부담이다. 공군은 2025년까지 현재 주력인 F-5 계열, KF-5 전투기 전량을 도태시키고 차세대 전투기인 F-35와 KF-X 사업을 통해 대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KF-X 사업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전력 공백을 메울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게 생겼다.

KF-X 사업은 총 18조1천억원이 들어가는 건군 이래 최대 무기 사업이다. 그럼에도 기술 이전에 대한 분명한 확약도 없이 F-35를 들여오기로 확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애초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고 계약을 맺은 것은 더하다. 청와대에는 뒤늦게 보고를 했다고 한다.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 예산을 낭비하게 생겼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상당 기간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고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공군력 균형에서도 뒤처지게 됐다. 철저히 경위를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사실은 언제 알게 됐는지, F-35를 들여오기로 결정한 과정은 어떤지, 누가 이런 엉터리 계약을 주도했고 대통령에게는 왜 늑장 보고를 했는지를 가려 지휘 라인 전체를 처벌해야 이런 수치를 반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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