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여야가 격하게 대립 중이다. 이제는 저질 인신공격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8일 서울 서초구 학부모와의 대화에서 "두 분(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선대(先代)가 친일'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이다 보니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발단"이라고 했다. 즉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윗대의 독재와 친일 죄과를 지우기 위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사적(私的) 음모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지 아닌지는 국정교과서가 나와 봐야 알 것이다. 이는 근거 없는 주장, 곧 유언비어라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를 친일 인사의 자식으로 못 박는 '연좌'(緣坐)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표의 말은 매우 질 나쁜 인신공격이다. 상대를 공격해도 품위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돌아오는 것도 똑같은 막말이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문 대표의 공격에 "노무현 대통령은 장인이 빨치산이라서 좌 편향으로 검정화해 역사교과서를 바꿨나"라고 되받았다. 이쯤 되면 배우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건전한 역사의식과 국가관을 갖게 할 것인가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 심각한 것은 역사교과서 논란이 국회 파행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파행됐다. 교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등의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예산안은 상정도 하지 못한 채 정회됐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은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겠다는 '연계 전략'을 채택할 때부터 예견됐던 바다. 새정치연합은 '연계'를 국정화와 관련이 있는 교문위 예산에 한정하기로 했지만, 툭하면 자신들의 요구를 전혀 관계없는 사안과 연계했던 전례로 보아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이런 비생산적인 정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예산안을 연계시켜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예산안은 교과서 문제와 분리시켜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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