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치램프에 불을 댕겼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개발한 탄소소재로 만든 여러 제품에 차례로 열을 가했다. 탄소섬유는 붉게 열이 달아올랐고, 탄소성형체는 어떠한 색 변화도 없이 검게 빛났다. 탄소성형체는 열전도율이 매우 빨라 순식간에 불을 쏘이는 반대편까지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이게 바로 탄소소재입니다. 그것도 우리 자체 기술로 직접 만든, 대한민국 최초라 이겁니다." ㈜씨알텍 박양덕 기술총괄 CTO(최고기술경영자)는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38년 연구한 결실을 금고 속에 든 귀한 보물을 꺼내듯 쏟아냈다.
◆탄소소재를 개발하기까지
석유계에서 나오는 탄소소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불가능하다. 석유를 여러 단계 재처리한 뒤 증류 후 남은 잔사유를 다시 탈유'탈질 과정을 거쳐 여기서 탄소소재를 만들 석유피치를 뽑아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비용상 문제로 잔사유 이후 과정을 실행하지 않는다.
결국 석탄에서 나오는 콜타르를 활용해 탄소소재를 만들어야 한다. 콜타르는 액상인 데다 350종류의 다른 화합물이 섞여 있어 탄소소재를 뽑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콜타르를 다른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OCI를 분리한 뒤에도 여기에는 여전히 200여 종류의 화합물이 섞여 있다. 그 가운데 50종류는 아직까지 성분조차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탄소소재를 만드는 기술력 확보는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씨알텍은 콜타르를 통해 뽑아낸 탄소성분으로 자체생산한 자기소결성 입자를 냉간 등방압 성형기(CIP) 성형을 거쳐 소성'흑연화'가공 후 성형체 제품을 만들어낸다. 다른 말로 고밀도 등방성 흑연 성형체라고도 불리는 이 제품은 북한 대포동 미사일 노즐에 쓰인 탄소소재보다 밀도가 0.04~0.09 더 높은 1.95~2.0을 갖고 있다. 성형체 제품 중에서도 상당히 고품질인 셈이다.
침상코크스를 가늘게 분쇄한 뒤 점결재를 넣어 혼합하고 재분쇄'CPI 성형'소성'함침'흑연화'가공'제품 등의 과정을 거치는 기존 방식의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크게 단축시켰다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이다. 열'전기 전도율이 높아 다양한 제품에 폭넓게 쓸 수 있다.
◆씨알텍이 만든 탄소소재, 미래경제성장 동력 꿈꾼다
탄소소재는 크게 분말'섬유'성형체 등으로 활용된다. 시장 규모는 성형체가 50%, 섬유가 30%, 분말이 20%가량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말은 흑연(리튬 2차 전지음극제)과 타이어, 토너 등에 많이 쓰이는 카본블랙, 그라핀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섬유는 항공기나 스포츠용품'자동차 등에 쓰이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만들어진다.
씨알텍이 가장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분야는 성형체다. 연간 우리나라 철강업계에서 8천억원 넘게 수입하는 전기로용 전기봉을 비롯해 원자로용 블록, 연료전지, 반도체, LED 등에 적용된다. 포스코의 경우만 해도 전기로용 전기봉을 국산화한다면 원가경쟁력 확보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원자력 산업과 관련해서는 해외에서 탄소성형체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공격 마케팅이 매우 적극적이어서 우리나라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원자력 산업 특성상 한 번 채택되면 수십 년 동안 안전성에 이상이 없는 한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포스텍에서, 리튬2차전지 음극제는 포스코켐텍에서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씨알텍은 '탄소성형체'를 포항과 경북의 미래신성장 동력 산업이라고 보고 있다. 또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경량소재산업도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테면 탄소소재로 만든 파이프를 산업현장에 적용한다면 더 이상 수돗물 누수와 상수도 개'보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씨알텍은 자사 보유 기술력과 관련, 탄소소재 생산은 물론이고 탄소소재로 만든 섬유'분말'성형체를 모두 만들어낼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탄소소재로 만든 제품을 대량생산할 체계는 아직 없어, 이를 위한 투자처를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씨알텍 노선희 대표는 "우리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포항과 경북, 나아가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 탄소산업에 우리 회사가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씨알텍은 탄소소재 전문생산업체로 포항에서 공장 2곳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탄소원료부터 수요에 따른 최종제품까지 원스톱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지역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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