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영화 걱정

권현준
권현준

영화는 사전제작-제작-후반제작-배급-상영의 과정을 거쳐 관객을 만나게 된다. 앞의 세 단계는 영화라는 하나의 창작물을 완성시키는 과정이라면, 뒤의 두 단계는 완성된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되는 과정이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고는 하지만 세분화된 영역에서 전문화된 인력의 노하우와 기술이 없다면 완성도 있는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집단 창작의 예술로 영화는 그만큼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극장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특히 독립영화전용관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바로 '상영'이다. 영화가 영화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순간, 바로 관객과의 만남을 가능케 하는 것이 상영이라는 과정이고 흔히 이 과정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과정이 고민을 넘어 걱정스럽게 느껴지는 건 다름 아닌 검열이다.

지금의 시대에 검열이라는 게 의아스러울지도 모른다.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상업성을 담보하기 위한 자본의 검열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독립영화의 경우 여전히 이데올로기적 검열이 존재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같은 간접적인 검열기관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영화의 내용이나 형식을 문제 삼아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다면,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제한상영관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결국 그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할 수 없게 된다.

김선 감독의 독립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몇 년의 소송 끝에 결국 대법원의 '제한상영가 등급분류 결정취소' 판정을 받고서야 관객과 만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다른 창작자들에게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이되어 저렇게 영화를 만들면 관객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자기검열'의 기재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창작자에 대한 혹은 예술 그 자체에 대한 검열일 수 있다면, '다이빙벨'과 같은 사례는 일종의 '사후검열'로, 검열이라는 바이러스가 창작자가 속해 있는 시스템 전체로 전이되어 나타나는 경우이다. 단적으로 '다이빙벨'을 상영한 곳이 예산지원의 중단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다이빙벨'과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상영하는 데 있어 괜한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역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로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진열 감독의 '나쁜 나라'의 경우, 개봉관이 아주 소수에 불과한데, 독립영화 자체가 소수 영화관에서 개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수는 너무 적다고 한다. 단정할 순 없지만, 이것이 시스템으로 전이된 검열의 영향이 아닐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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