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전 주민투표 앞둔 영덕] 내달 11일 D-데이…추진위 "계속 강행" 산자부 "인정

1만3천여 명 서명 받아 군청서 42일째 단식농성…24일엔 군민총궐기대회

지난 13일 영덕원전찬반투표관리위원회와 영덕발전소통위원회가 동시에 출범했다. 이 두 단체가 향후 영덕원전 문제에 있어 어떤 역할과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대호 기자
지난 13일 영덕원전찬반투표관리위원회와 영덕발전소통위원회가 동시에 출범했다. 이 두 단체가 향후 영덕원전 문제에 있어 어떤 역할과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대호 기자

다음 달 11일 민간 주도의 원전 찬반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영덕은 요즘 매우 혼란스럽다. 원전 반대 측과 정부'한수원 등의 추진 측, 그리고 영덕군은 각자의 입장과 해법을 내세우며 주민들을 상대로 맹렬하게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각 진영의 입장 차이가 첨예해지면서 심각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반대 측 "24일 집회 시금석"

영덕원전찬반주민투표추진위(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9일 상여와 만장을 앞세우고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군청 주차장 한쪽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 중이다. 관계자들이 번갈아 가며 천막을 지킨 지 오늘(21일)로 42일째이다. 지난 13일에는 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주민투표 봉사자들을 모집 중이다.

이달 24일 다시 한 번 찬반주민투표 성공을 위한 군민총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국의 환경 관련 단체 회원들과 영덕군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집회를 열고 주민투표 열기를 한껏 고조시킬 방침이다. 이번 집회 참여도가 내달 주민투표 성패를 예상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국의 환경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9개 읍면을 돌면서 각종 시청각 자료를 제시하면서 '원전의 위험성과 전력수급계획의 부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주말이면 주민투표 찬성 서명 버스를 운영하며 지속적인 주민투표 서명을 받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주민투표 서명운동에 들어가 최근까지 영덕 유권자 3만5천 명 중 35% 가까운 1만3천여 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D데이'까지 2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추진 측 "정보 비대칭 해소"

전국의 수십여 개 환경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각 읍면을 방문해 원전 문제와 주민투표 설명회를 벌이는 데 맞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고위 관계자들이 영덕에 상주하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도 직원들을 대거 영덕으로 파견했다. 이번 주부터 한수원 직원 40여 명도 조를 나눠 9개 읍면 각 지역을 찾아 원전 안전성과 각종 지역개발사업과 지원 방안을 지렛대로 한 지역발전론에 대한 본격적인 대민 접촉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산자부와 한수원은 언론을 대상으로 산자부와 한수원이 마련한 영덕 발전 10대 대안사업 설명회를 열고, 영덕군의 지역개발사업계획과 지원계획 등을 제시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그동안 주민투표추진위원회와 원전 반대 단체들의 투표 강행을 방관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주민투표일까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일부 단체가 추진하는 주민 투표가 정부의 원전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지만, 투표 결과가 너무 반대쪽에 쏠릴 경우 원전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 대응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산자부와 한수원은 "원전 정보가 너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다. 원전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를 주민들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희진 영덕군수의 원전 업무 중단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원전 찬성 단체들도 조만간 조직을 정비하고 원전 찬성 운동에 다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군 "서둘지 말자"

영덕군은 정부'한수원과 주민들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원전 찬성에도 반대에도 함부로 나설 수 없다.

그러한 고심의 결과가 '신규원전특별법'이다. 주민투표와 지원방안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신규원전특별법 제정을 고수하고 있는 영덕군은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원전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원전특별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지역구 강석호 의원에게도 법안 검토를 요청한 상태이다. 강 의원도 "조만간 법안 자료들을 검토해 국회 입법조사처에 넘길 계획이다"고 했다. 또한 이희진 군수는 20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를 만나 영덕원전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김 지사의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이 군수는 이미 지난 8월 원전조직 해체와 원전업무 중단을 선언한 이상 이제는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원전 갈등의 가장 큰 불씨는 지난 2010년 원전신청 당시 군민 전체에 대한 여론수렴 절차가 미흡한 데서 잉태됐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각계각층 53명으로 출범한 영덕발전소통위원회는 이 군수의 공약사항이었다. 인선난으로 난항을 거듭하다 뒤늦게 구성됐지만 영덕원전 갈등 해소와 향후 후유증 최소화의 열린 공간이다. 소통위원회는 지난 13일 첫 회의에 이어 20일 두 번째 회의를 갖고 원전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지역경제'노인복지'문화관광 등 3개 분과로 구성되는 세 번째 회의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한편 다음 달 11일 민간 주도의 원전 찬반주민투표를 앞둔 영덕군의 처지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투표에 관여할 수도,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원전 찬반주민투표를 강행한 삼척시장이 주민투표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이 때문에 영덕군은 행정자치부로부터 주민투표와 관련된 질의 회신을 받고도 고민이 깊다. 영덕군 관계자는 "행자부는 직'간접적인 시설'인력'자금 지원은 안 된다는 답을 보내왔다. 또한 보조금 지원 사회단체의 주민투표 지원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투표 지원을 하지 않고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안전 관리에 관심을 쏟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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