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 밖으로 우렁찬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건강리더가 냄비 받침대에 쓰인 글을 보며 선창하자, 다른 이들도 큰 소리로 따라 외쳤다. "담배는 반드시 끊습니다. 술은 하루 한두 잔으로 줄입니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운동은 매일 30분 이상합니다. 체중과 허리둘레는 표준으로 유지합니다. 스트레스는 줄이고 즐겁게 생활합니다!" 이들이 읽는 건 '심뇌혈관질환 예방 9대 수칙'이다.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이 냄비 받침대를 식사할 때마다 들여다보고 실천하면 건강해지게 된데이~."
이곳은 대구시 고혈압'당뇨병 광역교육정보센터와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가 선정한 '건강드림경로당'이다. 예방수칙 읽기를 마친 7명의 건강리더들은 시민 건강서약서와 9대 수칙 홍보물을 들고 아파트 단지로 나섰다. 가족들이 모이는 저녁 시간에 맞춰 집집이 찾아다니며 건강 수칙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대구시는 지역의 경로당 29곳을 '건강리더사랑방'으로, 동네미용실 114곳을 '건강드림미용실'로 지정했다. 모두 지역 노인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건강을 챙겨줄 수 있는 곳이다. 건강드림사랑방과 미용실에는 건강리더들이 자원봉사로 활동하며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올바른 생활습관과 혈당'혈압 관리를 챙긴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심폐소생술 기초교육과 심장제세동기 사용법 등의 교육도 받는다.
동네 단골손님들이 자주 찾는 건강드림미용실은 숨은 환자들을 찾아내는 창구 역할도 한다. 달서구에서 15년간 미용실을 운영한 김모 씨가 그런 경우다. 김 씨는 오랜 단골손님의 머리를 손질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손님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이 어둔해진 듯한 느낌을 받은 것. 김 씨는 미용실에 비치해둔 자료를 꺼내 말과 팔, 얼굴의 장애에 대해 물어본 뒤 뇌졸중의 전조 증상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씨는 119구급대에 신고해 손님을 병원으로 옮겼다. 김 씨는 "1주일 뒤에 손님이 다시 찾아와 덕분에 뇌졸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면서 "올해는 심폐소생술 교육도 받아서 가족과 이웃들의 심뇌혈관질환 지킴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건강드림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 씨는 올해부터 건강리더로 활동 중이다. 머리 손질을 받는 손님들이 무료하지 않게 심뇌혈관질환 수칙을 읽게 하고, 건강 서약도 받고 있다. 남들에게 바람직한 생활수칙을 권하면서 스스로 건강도 돌보게 됐다. 과체중이었던 안 씨의 몸무게는 어느덧 표준 체중으로 바뀌었다. 안 씨는 "미용실에서 손님들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전하고 활기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대구시 고혈압'당뇨병 광역교육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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