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주(가명'53) 씨의 온몸은 남편의 구타로 성한 곳이 없다. 치아는 군데군데 부러졌고, 지난해에는 남편이 계단에서 넘어뜨려 다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결혼생활 동안 희주 씨에게 남은 것은 망가진 몸과 정신장애뿐이다. 희주 씨는 온종일 약을 달고 살 정도로 건강이 나쁘지만 두 딸을 생각하면 마음을 굳게 먹을 수밖에 없다.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어 수술이 필요한 첫째와, 고등학생이지만 발달은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한 막내를 지켜야 한다.
◆남편 폭력으로 얼룩진 결혼생활
서울이 고향인 희주 씨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똑 부러진 성격으로 공부를 잘했고, 일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삼 남매의 가장 역할을 했다. 간호대에 진학한 희주 씨는 대학교 졸업 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한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서 인생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친구의 소개로 재미 삼아 한 사이비 종교단체를 방문했는데, 그곳 사람들은 희주 씨를 아주 따뜻하게 맞아줬다. 평생 보살핌을 받은 적이 없었던 희주 씨에게 그곳은 집보다 편안한 안식처 같았다.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고, 교통비가 필요하다고 하면 택시비를 쥐여줬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 잘해 주는 게 신기해 쉽게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종교단체에서 대규모 합동결혼식을 열었다. 미혼인 희주 씨도 결혼식 대상에 포함됐고 대구 출신의 한 신도와 부부가 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가족의 반대가 심했지만 종교만 같으면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돼 본색을 드러냈다. 희주 씨에게 당장 일을 그만두게 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또 술만 마셨다 하면 불륜을 의심하며 아내를 때렸다. 남편은 가끔 공장을 다니며 돈을 벌 때도 있었지만 교육비, 책값 명목으로 매년 수백만원씩 사이비 종교에 바쳤기 때문에 살수록 빚이 늘어갔다.
그러다 남편이 더 무섭게 돌변한 계기가 있었다. 결혼 후 5년이 지났을 때 남편이 교통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것이다. 그 후론 술을 마시는 날이 더욱 늘어났다. 또 주문, 기도문을 빼곡히 쓴 종이를 집안 곳곳에 붙이는 등 종교에도 더 심취했다. 밖에서 폭행'절도 등으로 몇 번이나 사고를 친 남편은 결국 정신장애 판정을 받았고 2년 전에는 정신병원으로 격리됐다.
"당연히 이혼을 생각해 봤지만 아이들과 저를 더 호되게 대할 게 분명해 여태껏 말도 못 꺼내 봤어요. 결혼 생활 후 제게 남은 건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장애밖에 없어요."
◆두 딸에게 닥친 불행
희주 씨가 아이를 가졌을 때도 남편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결혼 후 5년 만에 가진 딸은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어 어렸을 때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둘째 딸은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때 몹쓸 짓을 당한 후로 발달이 멈췄다.
"막내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아빠 친구라고 속인 한 남성이 학교 앞에서 '너희 아빠가 저기서 기다리니 같이 가자'고 딸을 끌고 가 범행을 저질렀어요. 그 길로 똑똑하던 딸이 대인기피증을 심하게 앓다가 지능이 7살로 돌아가 버렸어요."
정신장애 판정을 받고 일을 하지 못하는 희주 씨에게 나오는 한 달 기초생활 급여는 약 100만원. 정신병원에 있는 남편의 각종 검사비 및 입원비로 한 달에 수십만원이 나가는 데다, 남편이 진 빚도 희주 씨가 갚고 있어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항문 폐쇄증으로 태어난 큰딸은 성인이 되면 수술을 한 차례 더 받아야 하는데 비용 부담으로 아직 검사를 받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난 20여 년의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젊은 시절 저의 잘못된 선택으로 지금 아이들의 삶까지 불행해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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