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프랑스 르노차가 전기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한 사실이 20일 알려지자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선진 기술을 전수받아 부품 개발'제조 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IT 등 자동차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의 향상도 꾀할 수 있다는 이유다.
대구시와 르노차의 핵심 협약은 대구에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르노차가 대구 부품기업'협력업체의 생산품 사용을 늘린다는 것.
시는 또한 이를 계기로 자동차산업 주요 정책인 자율주행차와 튜닝산업 확대 등 미래형 자동차산업 선도도시인 'C(Creative)-Auto'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친환경자동차 부품 개발에 힘 쏟고 있던 소재'부품 기업들은 이에 따라 매출 증대와 기술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dac㈜(옛 한국델파이'대표 김용중)은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함께 '전기자동차 테마 클러스터'를 만들고 전기차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의 전기 유실률을 낮추고자 전압을 높이는 '48V 전원시스템 섀시플랫폼'과 전기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 '차량제어장치'(VCU: Vehicle Control Unit)의 프로그래밍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장길현 Kdac 상무는 "이번 협력을 통해 지역 부품업체의 친환경차 전용 부품을 르노에 납품하게 된다면 당장은 전기차 주요부품의 매출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기술력의 증대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했다.
삼보모터스(대표 이재하)도 차체 완충장치에 전달된 외부 충격을 이용해 차량제어 전력을 자가발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에너지 효율을 중요시하는 전기차에서 특히 유용할 것인 만큼 이번 협약 이후를 눈여겨보고 있다.
금속 소재 업체들은 르노차의 차체 경량화 기준에 부합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경량화는 곧 고효율과 배출가스 저감으로 이어진다.
현재 유럽 완성차 업계는 얇은 두께에도 외부 충격에 강한 인장 강도 1.5G㎩(기가파스칼) 수준의 고장력 강판을 자동차 뼈대와 외관에 도입, 차체 경량화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차의 차체는 중'고급 차량에 대해서만 유럽 수준에 맞추는 만큼 친환경차를 개발하려면 소재 기술의 발전이 필수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 금형 전문 업체인 신화(대표 임용희)와 ㈜화신(대표 김옥열), ㈜세원정공(대표 김문기) 등이다. 특히 세원정공은 열을 가하지 않고도 1.5GPa의 강판을 가공하는 냉간 성형기술을 보유한 상태다. 자동차 부품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를 필두로 많은 소재업체가 고장력 강판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원호 세원정공 기술연구소 신기술팀 부장은 "르노가 지역 업체들로부터 납품을 늘리기만 한다면 앞으로 대구 금형 업체들도 기술력을 키우고 매출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던 기업들 또한 마찬가지 반응이다. 자동차 램프와 미러, 차량 전방 부품 모듈 등을 생산하는 에스엘(SL'대표 김재만)은 램프와 카메라를 연계한 차로 이탈 방지 시스템과 보행자'차량 감지 시스템, 차량의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으로 램프의 각도를 회전시키는 기술, 카메라를 활용한 AVM(Around View Monitoring, 전방위 감시 시스템) 등을 보유'개발하고 있다.
이는 사람이 일일이 제어하지 않아도 차량이 알아서 주행하거나 장애물을 피하고, 운전자가 차량의 주행 상태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다.
박성진 SL 전략기획실 이사는 "자동차 지능화를 이루려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통신제어업체, 칩 개발업체와의 협업이 필수다. 대구시와 르노차의 MOU를 통해 이런 기술을 갖춘 업체가 생겨난다면 에스엘이 기술력을 향상하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으로 인해 대구경북 우수 부품업체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품업계 한 전문가는 "지역 소규모 부품업체가 세계 수준으로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완성차 업체가 지역 업체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1, 2차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하부 제조업체도 생산 능력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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