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소속 선수들을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선수는 투수 3명으로만 확인됐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론이 악화(본지 19일 자 6면 보도)되면서 결국 고심 끝에 내린 처분으로 해석된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20일 오후 늦게 대구시민운동장 관리소 2층 VIP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박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도박 의혹과 관련해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특히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 선수 명단을 밝히지 못하는 점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면담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였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의 핵심 투수 3명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내사를 받고 있거나 향후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7일 "삼성 소속 주력 선수 2명이 최근 마카오에서 각각 수억원대 도박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은 이들의 불법 도박이 사실로 드러나면 구단 사규에 따라 추후 징계할 방침이다.
삼성은 이날 오후 6시부터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치렀으나 기자회견 개최는 이보다 늦게 결정됐다. 이들 3명의 투수 역시 몸을 풀었다. 하지만 훈련이 진행되는 도중 안현호 단장이 구단의 결정을 류중일 감독에게 전했고, 류 감독은 해당 선수의 등판을 전격 취소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차'포'상'을 뗀 채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5연패에 도전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더욱이 선수단의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다. 삼성 구단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며 사기도 예년보다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명단은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출일인 25일이면 판가름난다. 1982년 창단 이래 최악의 곤경에 처한 삼성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슬러 사상 9번째 한국프로야구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김인 구단 사장의 기자 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일부 선수들의 도박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고민이 많았지만 '잇몸 야구'를 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현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또 "위기일수록 힘을 내야 한다"며 "기존 선수들을 이끌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도 했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나가지 못하게 된 선수들은 21일부터 훈련에도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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